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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732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2-26
책 소개
목차
초인의 세계
작가의 말
이장욱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자의 품속에 있는 것은 칼로 보였다. 아니 그런데 품속에 있는 게 보이느냐고? 명희에게는 보인다. 빛나는 것까지 보인다. 누가 뭘 숨기든 몸속에 넣은 물건이라면 훤히 볼 수 있는 능력이 명희에게는 있다. 숨긴 것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라고 해도 좋지만 괜히 생긴 능력은 아니다. 명희가 오랫동안 이런저런 마트와 다양한 종류의 업장에서 캐셔로 일하며 터득한 능력이었으므로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는데,
정말 단 한 번도.
명희는 잠이 들어서도 혼몽 속을 헤매다가 정확하게 6시 25분에 깨었는데 늘 그렇듯이 6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딱 5분 전이었다. 명희는 매일 알람이 울리기 딱 5분 전에 깨어났는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그것참 신기하네 하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익숙하다는 것 반복된다는 것 몸에 밴 것은 늘 이렇게 사람을 지배하지. 명희는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명희는 불현듯 저 남자가 과도로 자신을 죽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면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저 남자가 가난뱅이라 돈이 없다고 하면 나라에서라도 대신 내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아니 대체 왜 나라에서 그런 돈을 대신 내주나 그럴 리가 없지 계엄 같은 이상한 짓이나 벌이는데…… 하고 또 생각하다가 나는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이런 바보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건가 싶어 자괴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