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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1740222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4-12-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수필
1장 _ 엄마, 우리 엄마
우리는 엄마와 여행을 떠났다
엄마의 세례
항아리
엄마의 화초
엄마의 빨간 꽃
엄마의 일기
아버지의 젤소미나
2장 _ 여자, 여자, 여자
여자, 여자, 여자
4호선 창동역
그녀의 사랑
그녀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없다
한겨울의 댄스
강남행 시외버스
언니들 만세!
석류
그녀의 용꿈
같은 하늘 아래
3장 _ 당신은 소중합니다
웃음소리
양옥집 그 아이
순천이 언니
아들의 ‘외다리 병정의 모험’
고향의 호두나무
달맞이 소원
그들만의 주소
큰스님께
구멍 없는 피리
고마운 당신
흐려지는 지문
나무늘보 이야기
그들의 만다라
젠가 놀이
당신의 뜨락
설악초
짧은 동행
지뢰꽃길 시 낭송회
철원의 글쟁이들
인연
제2부. 시(詩)
풍경 소리
마음 종지
방생
수행(修行)
공(空)
너도 꽃이란다
소묘(素描)
편지
행운목
꿈
환갑
제3부. 소설
낮달
당신에게는 별것 아닌 달 이야기-여자 이야기
만화경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봤니? 이삭 핀 것? 히힛.”
잎사귀 사이에 꽃이 피어 있었다. 벼 이삭을 닮은 꽃이었다. 줄기마다 꽃들이 제법 달려 있었다.
그해 늦가을 성당에 가래떡을 나누어 주고 싶어 하는 엄마를 위해 싸래기를 들고 갔을 때 엄마는 자랑스럽게 그 열매를 보여주었다.
단호박처럼 둥근 열매는 희끄무레 한 것도 있었고, 짙은 남색 빛을 띤 것도 있었는데 옹골찬 것들이 제법 단단했다.
“이게 뭔데?”
“봐라. 죽기 전에 내가 할 일이 있다. 이 집안은 할머니가 금강산을 찾아가 불공드려 사대 독자인 네 아버지를 얻은 집이다. 네 오빠 동훈이. 그 녀석도 그곳에 있을 거다. 난 우리 아버지 만나러 세례를 받았지만.”
엄마는 그 열매 가운데 달린 길쭉하게 마른 대를 일일이 잘랐다. 항상 울면서 끝내는 엄마의 푸념을 피해 나는 더 묻지 않았었다.
- 수필 <엄마의 화초> 중에서
“엄마. 엄마가 없으니까 화초들이 다 죽어 가. 엄마가 올 때까지 물 안 줄 거야. 알았지?”
엄마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웅얼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엄마는 팔순을 넘길 때 교통사고를 입어 허리 수술을 한 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엄마가 아끼던 화초들로 자극을 준 동생의 으름장 덕분이었을까?
엄마는 의사들의 우려와 달리 보란 듯이 회복을 했고 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자 집 안의 구석구석 마다 생기가 돌았다.
말라가던 화초들이 다시 물을 빨아올려 초록으로 살아났고, 동네 노인들이 수다를 떨기 위해 드나들기 시작했다.
- 수필 <엄마의 빨간 꽃>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