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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구로동 헤리티지](/img_thumb2/979117213003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72130039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02-0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나는 내일 어제의 구로를 만난다
1부 24년 토박이의 구로를 잘 안다는 착각
하마터면 디지털동이 될 뻔한 사연
당신의 동네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입니까
10년이면 강산도, 영화제도 변한다
신도림을 녹색으로 물들인 성 패트릭 씨
구치소가 떠난 자리에서 마천루를 만나다
구로구청이 기억하는 1987년의 그날
2부 공단과 구디에서 일하고 살아가고
미싱(mishin)과 미싱(missing)의 시대
재봉틀과 키보드의 도시
6411, 길을 만든 건 언제나 노동자였다
그 많던 순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코로나 시대의 콜센터에서 살아남기
메이드 인 구로공단과 변방의 문제들
3부 회색 도시를 넘어 모자이크 도시로
마라탕, 고향의 맛 유행의 맛
중국에 가지 않아도 본토 요리를 즐기는 방법
Blood Sibling, 피를 나눈 것처럼 연대하기
K-콘텐츠가 주입하는 일그러진 구로동
차별과 혐오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세요
나가는 말: 지금, 여기, 구로동
저자소개
책속에서
구로동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동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어느 동네 사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당연히 “구로동 살아요”라고 답하기 마련인데, 그런 답을 들었을 때 구로동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아, 구로동”이라며 아는 체를 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구로동이 어디에요?”라고 되묻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동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편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중략)
이 책은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이미지 너머의 구로동과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느 동네 사냐”라는 질문에 “구로동 살아요”라는 짧은 답변과 함께 생략했던 말을 복원하는 과정이자, 익숙하지만 낯설게 동네를 탐험하는 산책기이다.
당시 구로구는 새로운 이미지를 브랜딩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 같다. ‘구로동’이라는 명칭이 외부인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니 더 ‘세련된’ 이름으로 바꿔 변화를 꾀하려는 듯 보였다. 이러한 동명 변경을 추진하기에 앞서 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 설문 조사의 취지였다. (중략)
하지만 이 설문 조사의 어이없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설문 조사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동네의 명칭이 우리를 더욱 기막히게 했다. 모든 선택지가 다 기억나진 않지만, 가장 충격적인 명칭은 ‘디지털동’과 ‘벤처동’이었다. 그냥 이렇게 들으면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마냥 그렇게만 볼 수도 없었다.
개찰구에서 나오자마자 마주한 광경은 초록빛 그 자체였다. 3월의 봄날이 가진 생명력이나 행사장을 가득 메운 어린이들의 생기를 비유하는 말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초록의 물결이 신도림역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중략)
비록 자연의 초록은 아니었지만 무색무취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빌딩 숲 한복판에서 이토록 초록으로 가득한 모습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찾은 축제에서 그런 광경을 보게 되니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초록빛을 보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건 자연의 경치 앞에서나 그러는 건 줄 알았는데, 그날 신도림역을 물들인 초록빛은 나를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