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수업이야기

하브루타는 수다를 수업으로 가져온다. 의미 있는 수다를 유도한다. 교실이 시끌시끌하다. 쉬는 시간인지 공부 시간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런데 학생들의 얼굴은 말하는 친구를 향해 있고,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인다. 하브루타 수업을 다루는 책이다.

머리말

다시, 하브루타로

지금은 AI 프로그램까지 광고하는 시대,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시대,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대, 전 세계가 실시간 네트워크로 소통하는 시대이다. 동시에 ‘외로움부장관’이 필요한 외로움과 고립의 시대이기도 하다. 가족 간 대화조차 시선만은 휴대폰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런 세상에서 휴대폰 없이 대면하게 하는 교실은 고마운 일이다. 그렇다면 교실에서는 정말 대면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면하여 대화하고 있을까? 그것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그 까닭은 교과서나 TV화면 또는 학습지나 교사의 설명이 대부분인 수업이라면 별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10분을 위해 수업시간을 견딘다는 학생도 있다. 친구와 수다 떨기 위해서 말이다.
하브루타는 그 수다를 수업으로 가져온다. 의미 있는 수다를 유도한다. 교실이 시끌시끌하다. 쉬는 시간인지 공부 시간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런데 학생들의 얼굴은 말하는 친구를 향해 있고,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인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조곤조곤 설득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잠재력이 터지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 효능감도 맛보는 순간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질문과 대화의 과정이 많이 들어왔다. 십여 년을 연구하고 실천한 하브루타의 영향이라고 주관적으로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직도 깊이 있는 공부, 삶과 연결되는 공부, 평생 학습의 즐거움을 학생에게 주기 위해서 진도는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學: 배울)은 있지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습(習: 익힐)이 따르지 못할 때 배움의 기쁨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의 탁(啄: 부리로 쪼다, 학습을 돕다)의 역할을 교사뿐 아니라 친구로 확대할 때 함께 성장하는 기쁨은 더 크다.
이렇게 친구와 함께 배우는 하브루타지만,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교사들이 하브루타를 시도하다가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런 교사들이 여기 있다. 실패했지만 꾸준히 해결책을 찾으며 함께 대화하며 길을 찾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정말 좋은데 어떻게 진입장벽을 낮출까 하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실천하였다. 이 길을 걷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더운 여름의 문턱에서
김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