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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73323010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5-08-07
책 소개
건물이니 사람이니 겉보기에는 분명 인간 세계와 똑같은데 이사 가는 래미와 남겨진 다현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미용실 아줌마, 집고양이가 된 묘묘까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정반대다?
“알겠어, 이곳은 거울 세계야! 인간 세계를 비추어 만든 거울 속이라고!”
래미와 묘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거울 속 세계’에 갇히다!
익숙함과의 이별이 아이에게 남기는 상처,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동네 풍경, 무엇이든 쉽게 싫증 내고 버리는 요즘 세태까지, 생각할 거리를 곳곳에 숨겨 둔 〈기묘동 99번 요괴버스〉가 어느덧 네 번째 정류장에 도착했다. 의미심장한 표지와 ‘뒤집힌 세계, 뒤바뀐 사람들’이라는 부제, 그리고 ‘괴물이나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인 줄 알았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평처럼 이번 이야기는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 오른다.
하나뿐인 단짝이 이사 간 후 잔뜩 풀죽은 래미를 이끈 기묘한 여정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또다시 멈춰 섰다. 네 번째 주자로 펜을 넘겨받은 김다해 작가는 ‘다른 세계의 기묘동에 드나들려면 버스 정류장을 거쳐야만 한다’는 틀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 촘촘한 이야기 설계와 문장으로 깔아 둔 복선을 노련하게 회수하며 제목만큼 반전 가득한 한 권을 완성했다. 특히 마주한 것을 그대로 비추되 좌우를 바꾸어 보여주는 ‘거울’의 특성을 세계관에 녹여, 래미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친구의 마음까지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다현이가 둘, 묘묘가 둘 그리고 나도 둘……?”
익숙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낯선 모험
각자의 트라우마와 맞선 끝에 래미와 묘묘는 흑룡을 봉인하고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긴다. 요기도 충분히 얻었으니 인간 세계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경고음과 함께 추락해 알 수 없는 곳에 불시착하고 만다. 더는 운행이 어렵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둘은 버스에서 내리고, 먼지구름이 가라앉으며 또렷해지는 풍경이 왠지 익숙한가 싶더니……, 기묘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다.
인간 세계로 되돌아온 걸까? 기쁨도 잠시, 묘묘는 여전히 요괴 냄새가 난다고, 자신이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한다. 래미는 요괴버스에 타기 전 표지석 앞에 떨어뜨린 핸드폰이 생각나 그곳에 가서 인간 세계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고 한다. 그렇게 익숙한 길을 지나 기묘산으로 향하는 래미 머릿속에 자연스레 다현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날이 떠오른다. 다시 울적해지려는 그때, 왠지 익숙한 누군가가 다가온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래미, 심지어 묘묘와 꼭 닮은 고양이까지 안은 도플갱어였다. 어리둥절해진 둘은 그들을 부랴부랴 뒤쫓고, 이내 도플 래미를 기다리는 또 다른 다현이까지 발견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래미는 이상하게도 둘의 옷차림과 대화 내용이 다현이가 이사 가기 전날과 같다는 걸 눈치챈다. 하지만 이번에는 떠나는 쪽이 래미, 남겨지는 쪽이 다현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곳은 대체 어디인 걸까? 래미와 묘묘는 커다란 거울 앞에서 단서를 얻는다. 이곳이 인간 세계를 거꾸로 비추는 거울 세계라는 것을!
내 마음을 알고 상대의 기분을 이해하는 ‘다시 한번’의 노력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누군가의 마음을 100%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기분을 ‘내’ 기준에서 짐작하거나 단정 짓는지도 모른다. 래미도 그랬다. 이사 가는 다현이는 새집에서 즐거울 거고 옛 동네와 친구는 금방 잊을 거라고, 그래서 외롭고 힘든 건 혼자 남겨지는 자신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다가 거울 세계에 와서 상황이 바뀐 자신을 마주하고서야 다현이도 자신만큼 복잡한 마음이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멀어졌던 거리는 좁혀졌고 마음의 상처도 조금 아물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래미는 다현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정과 절대로 볼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걸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고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이 책은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한 번 더’의 힘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듯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바라보라는 것, 말하지 않은 마음이 저절로 전해지길 바라지 말고 솔직하게 전하라는 것, 그 연습과 용기가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이다.
목차
불시착 · 9 / 또 다른 래미와 묘묘 · 20 / 뒤바뀐 상황 · 32 / 맞춰진 퍼즐 · 45 / 묘묘의 활약 · 56 / 그때 하지 못한 말 · 70 / 묘책 · 85 / 거울 세계 밖으로 · 97 / 작가의 말 · 108
책속에서
한참을 걸어 나가자 먼지가 걷히고 주변이 훤해지면서 눈앞에 낯익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 여기는 학교 운동장……?”
래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래가 깔린 널찍한 직사각형의 운동장 한쪽으로 초록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돌계단이 보였다.
그 너머에는 빛바랜 4층짜리 건물이 우뚝 세워져 있었는데, 건물 중앙 출입문 위에 ‘큰 꿈을 펼치는 기묘 어린이’라고 새겨진 글자가 해거름 녘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묘묘야, 저거 보여? 진짜 기묘 초등학교야! 우리가 인간 세계로 돌아왔나 봐!”
래미는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하지만 기뻐서 날뛰는 래미와 달리 묘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야, 뭔가 이상한데…….”
“뭐, 뭐야? 우리 모습이 왜 이래?”
유리문에 비친 모습을 본 묘묘가 놀라서 소리쳤다.
“잠깐만! 저쪽에 전신 거울이 있어. 저기서 다시 확인해 보자!”
래미가 생활용품 코너로 뛰어가자 묘묘도 뒤쫓아왔다.
래미와 묘묘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전신 거울 앞에 나란히 섰다. 거울을 마주한 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떡해. 너랑 나랑…….”
래미가 손으로 얼굴을 더듬으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거울 속에서 얼굴을 더듬는 건 래미가 아니라 묘묘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옆에서 묘묘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거울 속에서 뒷걸음치는 건 묘묘가 아니라 래미였다.
“거울 속 우리 모습이 뒤바뀌어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