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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73325991
· 쪽수 : 676쪽
· 출판일 : 2026-04-16
책 소개
요 네스뵈, 최초 단편소설집 출간!
“질투는 보아뱀이다.
나는 질투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질투란 원래 그런 것이다.”
《질투하는 남자》의 첫 단편소설 〈런던〉은 비행기에 나란히 앉은 낯선 남녀를 보여준다. 여자는 남편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면서, 죽기 위해 ‘자살 에이전시’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자들을 위해 은밀하게 운영되는 그곳은 의뢰인을 며칠 이내에 고통 없이, 죽는 줄도 모르게 죽여준다. 하지만 여자는 왜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까. 누구라도 들어주기를 바란 걸까. 단순히 죽는다고 복수가 될 거라 생각한 걸까. 혹은 남자가 자신의 운명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걸까.
요 네스뵈는 독자의 순진한 기대를 번번이 배반하며 예상치 못한 어두운 길목으로 질주한다. 표제작 〈질투하는 남자〉는 치정사건 전문 형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한 여자를 사랑한 쌍둥이 형제 사건을 파고든다. 사건이 쉽게 해결되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반전이 나타나고, 형사의 숨겨진 과거 역시 드러나며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는다. 이 작품뿐 아니라 〈자백〉 〈귀걸이〉 〈쥐섬〉 등 《질투하는 남자》에 수록된 열두 편의 이야기는 모두 정밀하게 설계된 복선과 반전을 거듭하며, 인간 내면에 똬리를 튼 본성을 더듬어간다.
스릴러는 시작일 뿐, 장르의 경계를 부수는 압도적 서사
SF, 디스토피아, 누아르를 넘나드는 요 네스뵈 결정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를 비롯해 스무 권 넘는 장편소설을 집필해온 작가, 요 네스뵈. 그는 이번 단편소설집 《질투하는 남자》를 집필한 계기를 말하며 ‘범죄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플롯이 아니라 인물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기’라고 밝힌 바 있다. 다양한 인물의 동기를 가장 밀도 높게 세공하기 위한 도구로 단편소설을 선택했다는 것. 그처럼 《질투하는 남자》의 인물들은 작품마다 갖가지 상황과 저마다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 남자 둘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관계에 놓여 우정을 시험받기도 하고, 인간의 연대와 선의를 믿는 주인공이 갱단에게 딸이 납치당하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꾀하기도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수사관 혹은 킬러의 고뇌를 그리는 특유의 스토리텔링은 《질투하는 남자》에서도 빛을 발한다. 소설 자체의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와 역사를 꿰뚫어 보는 비판적 시선, 냉혹하고 비정한 세계 인식은 더욱 단단해졌다.
《질투하는 남자》는 장편소설로 쌓아온 관록을 응축한 소설집인 한편,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 최신작이기도 하다. 요 네스뵈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걸 넘어 다채로운 장르적 코드로 작품을 영리하게 비튼다. 질투와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가다 불현듯 평행우주와 시간 여행 등 SF 요소를 얹어 서사를 확장하고, 윤리적 신념과 복수심 사이 갈등하는 상황을 팬데믹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풀어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추리·수사물의 문법을 통해 독자와 두뇌 싸움을 펼치는 내공은 한층 치밀해졌다. CWA 대거상 최종 후보 심사평처럼 ‘유머와 불안을 오가다 결국 예상보다 훨씬 어두운 곳에 도달하는 이야기’로 가득한, 스릴러의 거장이 각양각색의 세계를 펼쳐 보인 소설집. 《질투하는 남자》는 기존 독자에게는 요 네스뵈와 다시 한번 첫 만남을 하는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고, 새로운 독자에게는 가장 매혹적인 입문서가 될 것이다.
목차
1부 질투
런던
질투하는 남자
줄서기
쓰레기
자백
오드
귀걸이
2부 권력
쥐섬
기억 파쇄기
매미
해독제
흑기사
책속에서

“저 자살할 거예요.” 당신이 속삭였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기대며 나를 살폈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당신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 걸 알았다.
“어떻게 하려고요?” 내가 겨우 끄집어낸 말이다.
“말씀드릴까요?” 당신이 모호하고도 재미있어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 물음에 대해 생각했다. 알고 싶나?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에요. 우선 자살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이미 해봤어요. 저를 죽이는 건 제가 아니라, 그들이에요.”
“그들?”
“네. 제가 계약서에 서명을…….” 당신은 카르티에 손목시계를 보았다. 로버트라는 남자에게 받은 선물이겠지. 그가 바람피우기 전이었을까, 이후였을까? 이후다. 멜리사라는 여자가 처음도 아니었고 그는 처음부터 바람을 피웠을 것이다. “……했어요. 네 시간 전에.”
“그들이라면?” 내가 다시 물었다.
“자살 에이전시요.”
“그러니까…… 스위스처럼? 조력자살 같은 건가요?”
“네, 조력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요. 다른 게 있다면 그들은 자살로 보이지 않게 죽여준다는 거예요.”
살인사건에는 이른바 80퍼센트 법칙이 있다. 살인사건의 80퍼센트에서 가해자가 희생자와 밀접한 관계이고, 그중에 80퍼센트에서 가해자가 남편이거나 남자친구이고, 살해 동기의 80퍼센트가 질투라는 법칙이다. 따라서 우리 강력반에 신고가 들어와 ‘살인’이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살해 동기가 질투일 가능성이 51퍼센트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수사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질투를 읽어내는 법을 터득한 게 정확히 언제였는지 말할 수 있다. 모니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걸 안 순간이었다. 나는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질투의 전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다가 절망에 빠졌다가 분노에 휩싸이고, 자기 비하에 사로잡혔다가 마지막에는 깊은 우울에 빠지며 고통스러운 질투의 과정을 거쳤다. 그전에 이렇게 고문에 가까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였는지, 고통이 나를 집어삼키는 순간에도 마치 밖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마취도 안 하고 수술대에 누운 환자인 동시에 첫 수업에서 수술대 옆 무리에 끼어 사람의 흉곽에서 심장을 꺼내는 과정을 참관하는 어린 의대생이 된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