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7621209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6-05-13
책 소개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숨
제1장. 우리는 언제 시간을 잃어버렸는가
두 개의 정오
시간이 돈이 되던 날
손목 위로 올라온 시간
제2장. 영원을 만드는 사람들
영원의 산실
영속성과 아름다움
쿼츠의 습격과 영속성의 반격
영속은 어떻게 증명하는가
제3장. 나를 읽는 시간
손목을 향한 경주
One More Thing
트로이의 목마
제4장. 두 개의 시간
손목 위의 두 언어
감각의 외주
제도가 된 손목
영원의 그림자
두 개의 시간
못다 한 이야기 - 아직 오지 않은 정오
에필로그. 여전히, 숨
부록 1. 시간의 연대기
부록 2. 시간의 이름들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빈티지 시계였다. 내가 태어난 해 즈음에 만들어진 시계. 로마 숫자가 새겨진 다이얼, 금과 은이 섞인 케이스. 수십 년 전 누군가의 손목에 있다가, 수십 년 뒤 내 손목에 왔다. 태엽을 감으니 돌아갔다.
그 시계는 크라운 옆 케이스에 흠집이 몇 개 있다. 내가 만든 것인지, 이전 주인이 남긴 것인지 알 수 없는 흠집들. 수면 점수도, 걸음 수도, 심박수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냥 흠집만 있다. 이 흠집들은 누구에게도 전송되지 않고, 어떤 서버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다만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흠집과 기록. 그 시계의 흠집이 내 시간이라면, 한강의 기록은 내 다른 시간이다. 하나는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남아 있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어느 쪽이 더 진짜인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둘 다 진짜다. 다만 물성이 다른 시간이다.
(중략)
책상 앞에 서서, 두 시계가 다른 시간을 준다는 걸 아는 것. 어느 쪽을 집든, 왜 그것을 집는지 아는 것. 모르고 집으면 습관이다. 알고 집으면 선택이다. 이것이 아마도, 시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문장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쪽을 집든, 손목에 차기 전에, 한 번 숨을 쉰다. 의식해서가 아니다. 아침이니까. 일어났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들이쉬고, 내쉬고, 시계를 찬다.
이 순서만은, 바뀐 적이 없다.
-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