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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5014029
· 쪽수 : 339쪽
· 출판일 : 2013-04-19
책 소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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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전봉준은 두 가지 고통에 시달렸다. 하나는 으깨진 발등과 부러진 정강뼈, 재갈 찬 입의 고통이요, 다른 하나는 사로잡힌 채 눈을 번히 뜨고, 일본군의 잔혹한 만행들을 보아야 하는 치욕과 분노의 고통이었다.
어디론가 도망을 치는 것은, 최소한의 희망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 하는 짓이다. 성공적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과 도망쳐 간 다음 새로운 자유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 나는 그러한 희망이 없으므로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나의 희망은 이들에게 붙잡혀 가,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인 까닭에 도망을 꿈꾸지 않는다. 아니, 이토가 이토 히로부미를 통해 열어준다는 새로운 살 길에 대한 희망 때문이지는 않은가. 전봉준은 그 더러운 희망을 가슴에 담고 있는 스스로가 가증스러워 이를 악물고 눈을 힘주어 감았다.
밥이 하늘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밥을 만들려고 산다. 밥을 쟁취하려고 싸운다. 더러운 밥이 있고, 깨끗한 밥이 있고, 떳떳한 밥이 있고, 부끄러운 밥이 있다. 내가 일어선 것, 고부 사람들이 관아로 몰려가 사또에게 대든 것, 아버지가 사람들의 소두로서 항거하다가 곤장을 맞고 장독으로 죽은 것, 호남 일대의 사람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선 것이 다 이 밥 때문이었다. 일본 사람이 조선 땅에 들어온 것도 조선 사람의 밥을 빼앗아 가려고 온 것이다. 조선 사람에게는 쭉정이만 먹이고 저희는 알곡을 탈취해 가려고 그러는 것이다. 전봉준은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마시면서 생각했다. 나는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슬픈 밥에 대하여 모두 말하고 나서 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