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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70403029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4-11-10
책 소개
목차
황사영과 정약용을 엮어라
형은 흑산도로 아우는 강진으로
나주 밤나무 골에서의 이별
강진으로 따라온 홍희운의 계략
또 하나의 손님마마
주막집의 곰보 주모
거문고
미행하는 초립동
소년 황상의 병통病痛
한밤에 찾아온 선비
스스로 끊어버린 남근
임금을 비방한 죄
주모의 가슴, 흙의 가슴
주모의 딸
하인이 가져온 참담한 소식
연두색 머리처네
목탁 구멍 속의 어둠처럼
보은산방
『주역』에 달통한 혜장과의 만남
스님의 외고집
심줄 끊어주기
거래
혜장과의 대립
바다 밀행密行
바다 잠행
소흑산도로 가는 밤배
슬픈 천륜의 은밀한 만남
다산 초당으로 이사
홍경래의 반란
백운동
한밤의 불청객
시신의 상투
청혼
통곡하는 신부, 정약용의 외딸
아들 학연의 슬픈 권고
길 잃은 자의 절망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
무단히, 무단히
회오悔悟
누가 둘째 형님을 죽였는가
초의의 어리광
살생하는 스님
대쪽 같은 노인
다시 연두색 머리처네
아내의 치마폭
손가락의 마비
떠나가는 나그네
작가의 말 ‐ 『다산』을 새로이 펴내면서
작가의 말 ‐ 나의 구도 행각 혹은 천지간의 큰 산인 다산 정약용 탐색하기
주요 등장인물
다산 정약용 연보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얼마쯤 뒤 정약용은 들판 한가운데에 이르렀고, 정약전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모퉁이의 굽이에 이르렀다. 서로의 모습은 황새만해졌다. 이제 정약전이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때 두 형제는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향해 피맺힌 목소리로 외쳐 불렀다.
“형니임!”
“아우야아!”
“형니임!”
“미용아아!”
그 피맺힌 목소리 하나는 들판을 건너가다가 하늘로 사위어가고, 그 다른 목소리 하나는 산모퉁이를 돌아가다가 땅으로 스며들었다. 그 목소리들은 거듭 울렸고, 거듭 아득하게 사라져갔다. 두 형제의 가슴 아픈 영영 이별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과 땅은 너무 짙푸르고 드높고 드넓고 아득했다.
‘고통을 잘 비틀어 꼬면 소리가 되고, 그 소리를 잘 내면 빛이 되고, 그 빛은 새가 되어 날아갑니다요.’ (…) ‘그러니까 거문고 소리는 죽어간 누에고치 2만여 마리의 원혼들이 합창을 하는 소리로구나!’
정약용은 눈을 감은 채 속으로 소리쳤다.
‘그래, 내 아픈 삶을 비틀어 꼬아 만든 소리로 빛을 만들고, 그 빛이 새가 되어 날아가게 하자. 나는 지금 잠시 어떤 무고로 인해 묶여 들어왔을 터이므로 곧 풀려날 것이다.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풀려나가면 부지런히 해내야 할 사업이나 궁리하자.’
대개의 경우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르는 법인데, 그것은 그 도둑이 도둑질의 즐거움에 취해 있는 까닭이고, 취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도둑질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자만에 빠져 있는 까닭이고, 아직 도둑의 도를 터득하지 못한 까닭이고, 그 도둑의 성정이 주정적일 뿐, 이지적이고 창조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도둑은 도둑질의 방법 여기저기에 허술한 점이 많으므로 쉽게 꼬투리가 잡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