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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5346120
· 쪽수 : 1444쪽
책 소개
목차
어느 날
왜란의 한가운데에서
시간을 넘어서
보모상궁이 되다
간택령
수라간 생활
세자와 궁녀
마마에 걸리다
국혼 날
2권
메밀꽃 필 무렵
첫눈이 내릴 때
부엉이 울음소리
봄비가 내리면
사랑하면 할수록
말할 수 없는 비밀
용골자리의 눈물
세자 광해, 즉위하다
미영이의 위기
행궁의 소년
시간의 뒤틀림
입궐하다
3권
가례
연등놀이
눈비 내리던 날에
슬픔과 아픔
원하는 것
계축옥사
공빈의 옥패
천상열차분야지도
그 후
마지막 이야기
저자의 말
외전
이현궁의 봄
섣달 그믐날의 슬픔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비
운지 이야기
지희 이야기
가을꿈(秋夢)
《광해의 연인》과 당대 역사
저자소개
책속에서
녀석은 주변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지 좁은 서재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내게 물었다.
“여기는…….”
“아, 알아. 그 질문 나올 줄 알았어. 지금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거지?”
계속되는 내 반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녀석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뭐, 차림새를 보아하니 적어도 조선시대 양반이다. 신분을 가늠할수 없는 여자의 반말이 곱게 들릴 리가 없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음, 여기는 말이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아빠가 가르쳐준 대비책이 있지.
“천국. 아니, 하늘 세계야! 하늘나라. 하늘나라 알지?”
“하늘나라라니? 정말 여기가 천제가 사시는 하늘나라란 말이오?”
녀석은 아주 ‘약간’ 내 말을 믿지 못하는 얼굴이다.
‘이럴 때를 대비한 방법이 또 하나 따로 있지.’
나는 서재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창문을 열어젖혔다. 이 방법은 조금 극단적이라 아빠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적이 있긴 하다. 그래도 저번에 조선 후기에서 왔다는 임노동자에게는 아주 잘 통했었다.
“여기 바깥을 보라고.”
내 말에 그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참고로 우리 집은 아파트 30층이다. 쌩 하고 올라오는 찬바람과 더불어 사람들이 개미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자 녀석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이럴 수가…….”
녀석은 믿기 어렵다는 듯 한참 밖을 내다보다가 결국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눈에 남아 있는 눈물을 훔쳐내며 활짝 웃어주었다.
“나도 고작 나인이라 널 지켜줄 순 없겠지만, 대신 네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언제나 네 옆에 있어줄게. 너의 친구…….”
‘……로서.’
나는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혼의 얼굴이 점점 내게 가까워진다는 생각까지는 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깜빡거리던 내 눈앞을 그의 갓이 덮어버렸다.
(...)
그의 입술이 내게서 떨어지자 나의 얼굴은 화끈거림을 넘어서 불에 덴 듯 뜨겁게 느껴졌다. 혼도 이런 내 얼굴을 보고는 스스로도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한 손을 입가로 가져가 헛기침을 하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어디 다시 한 번 그 친구라는 소리를 해 보거라. 다시는 그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해 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