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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5346182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섣달 그믐날의 슬픔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비
운지 이야기
지희 이야기
가을꿈(秋夢)
《광해의 연인》과 당대 역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하, 지금은 아침이에요!”
그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듯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혼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혼의 장난에 잠시 잊고 있던 소동들이 들이닥쳤다.
“아바마마!”
어지간한 일에는 절대 놀라지 않는 혼도 나의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며 급히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나도 옷깃을 여미며 서둘러 일어나 앉았다.
마치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뛰어 들어오는 두 명의 아이는 바로 황이와 감이, 두 쌍둥이 공주들이었다. 이 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조선의 상왕인 혼과, 이복남매 사이인 국왕 이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막강 공주들이었다.
“허험.”
어색한 헛기침이 혼의 입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고, 나는 슬쩍 붉어진 그의 얼굴을 보며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 사이 어린 두 공주는 달려가 혼의 품에 안겼다. (...)
운지가 문 가까운 곳에 앉아 말했다.
“대비마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영창대군마마와 능양군마마께서 곧 당도하신다 하옵니다.”
“벌써 말이냐?”
혼의 품에서 서로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재잘거리던 두 공주들이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든다.
“영창 숙부님이?”
“능양 오라버니가?”
곧바로 까르륵거리며 두 공주들이 방 밖으로 뛰어나가고, 그녀들의 뒤를 쫓는 미영이의 안타까운 외침이 문 밖으로 멀어져간다.
- <이현궁의 봄> 중에서
소년은 지희와 눈이 마주치자 폭죽이 터지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지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년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지희의 손목을 잡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뒤 가까운 전각의 높은 누마루 아래 기둥 옆으로 지희를 이끌었다.
지희는 소년을 따라 누마루 아래로 향했다. 그리곤 곧바로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소년은 지희를 향해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있으면 끝날 거야. 끝나면 나와 함께 양화당으로 돌아가자.”
지희는 자신과는 달리 관화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기둥을 잡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이상하게도 함께 있는 누군가가 관화를 무서워하지 않자, 스스로도 관화 소리가 덜 무섭게 느껴진 것이다.
소년도 그녀의 두려움이 덜해졌다는 걸 알아챘다. 소년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가 지희지? 네가 바로 내 사촌누이 지희 맞지?”
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어느 여름날.
이날을 마지막으로 조선 역사를 통틀어 경복궁에서는 두 번 다시 관화가 열리지 않았다. 바로 그 마지막 관화 날, 지희는 사촌인 정원군을 처음으로 만났다.
- <지희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