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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연극인/연극이야기
· ISBN : 9791185389097
· 쪽수 : 107쪽
책 소개
목차
공연개요
인물군으로 살펴보는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_조만수
무대디자인
장면별 줄거리와 연출노트
연습 과정
합평회
산을 들어올리다_김광보, 김지훈, 조만수, 우아름, 이수현
리뷰
붉은 깃발_김영희
에세이
은어로 이루어진 사방격자무늬_김경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붉은 피 선명한 개짐이 곧게 올려든 손끝에서 힘차게 펄럭였다. “날 좀 살려주시오”라고 외치며 피로 물든 광목천을 흔드는 매지의 팔은 하늘로 솟구친 깃대처럼 단호했고, 월경혈로 물든 개짐(월경대)은 ‘붉은 깃발’처럼 나부꼈다. 매지의 외침은 분명 항복 선언이었지만 그녀의 태도는 자부심에 넘쳤고, 붉은 깃발은 굴욕과 슬픔을 감당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리를 천명하는 자의 그것에 가까웠다. ‘살려달라’는 그녀의 외침은 간청과 갈구가 아니라 산 아래 세상을 향한 그녀의 요구요, 선언이었다.
이야기는 모종의 예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을 복선이 아닌 예감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이유가 조금 남아 있다. 예감은 감정의 잠복기를 거쳐 스스로의 말을 갖는다. 예감은 말 속에서 새로운 길을 떠난다. 예감이란 이야기와 말을 비우는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들은 선명한 이야기가 데려다 주는 세계의 피로감을 이해할 줄 아는 자이다. 좋은 작품엔 이야기를 짜는 자의 피로감을 관객에게 호소할 틈이 없다. 작가는 이야기를 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만 보이는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이야기와 동침하지만 작가는 이미 작품과 별거(別居)중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