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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5415451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006
프롤로그 008
01 지금 그리고 여기
우연히 또 감정적으로 014 | 상생의 손 016 | 개복치 020 | 겉과 속 023 | 음식의 사계절 025 | 머물러야 보이는 것들 032 | 지금 그리고 여기 035
02 자유 혹은 선택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방법 041 | 선택하지 않을 자유 044 | 검도록 푸른 섬 049 | 내보낼 수 있으나 들어오지 않는 것 052 | 섬을 지키는 청년 055 | 불안 058
03 취향과 입맛
취향에는 죄가 없다 068 | 음식의 맛 071
04 보는 나, 보이는 나
여행과 관광 078 | 물과 고기 081 | 구판장의 소크라테스 085 | 청춘의 덫 090 | 비움과 채움 093
05 충분히 좋은
Just the way you are 101 | 천국의 입구 104 | Let it be 106 | 이방인의 노래 111 | 존중과 적응 115 | 충분히 좋은 120
06 오래된 기억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은 곳 129 | 낡음에 대해 133 | 원형의 맛 138 | 타협과 사라짐 143 | 변해버린 것들, 변해야 하는 것들 146
07 함께 먹는다는 것
혼밥과 밥터디 155 | 한없이 가벼운 외로움 158 | 점유가 공유가 되는 순간 164 | 옥산집의 공용 식탁 172
08 화해 그리고 만남
외식 계급 179 | 외식 인류 184 | 제육볶음과 계란프라이 185 | 3점짜리 밥상 192 | 쌀밥의 대관식 197 | 비빔밥 블루스 200
에필로그 209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저녁식사 시간일 것 같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드러나기도 하고, 어떤 방향으로든 하루의 인상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을 음식으로,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으로, 그리고 또 장소로 기억한다. ‘만족스러운 식사.’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조건이 따른다. 별것 없는 한 상이라도 열심히 궁리해 만족하려 애쓴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기에.”
“이건 내 식생활이다. 내가 늘 입는 옷과 같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처음에는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옷을 만든 거짓말쟁이 재봉사에게 속았다. 하지만 임금님은 결국 어리석어 보일까 하는 두려움에 속았으니, 말하자면 자기에게 속은 셈이다. 신하들도 어리석어 보일까 두려워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찬사를 보냈다. 내 식생활은 내 혀로, 내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맛있으면 맛있는 것이고 아니면 아니다. 억지로 홍어를 먹고 인상을 찌푸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아도 된다. 남들이 맛있다고, 최신의 유행이라고 하는 음식을 찾아 뒤처지지 않음에 안도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종종 벌거벗은 임금님과 그 신하들이 된다.
꼭 음식뿐이랴. ‘권위, 편견 그리고 자신의 기준’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를 포함한 생활 전반에 삼각대처럼 균형을 맞추고 서 있다. 굳이 억지로 깨뜨릴 필요는 없다. 균형을 유지하되 권위의 다리, 편견의 다리가 어떻게 자신의 기준과 함께 자기를 지탱하고 있는지 음미해보면 될 일이다. 가만히 보면 음식을 만나는 것과 사람을 사귀는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두고 보면 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여행길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은 추억을 다시 곱씹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의 시대에 모르는 사람까지 합세해 함께 둘러앉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인다. 우연한 동행은 안전하지 않은 위험한 선택에 가깝다. 그러나 신선한 모험은 기억과 추억에 더할 나위 없는 양념이 되기에 우리는 여전히 구시대의 유물을 잡는 여행을 그리워한다.
허나 모든 관계의 시작은 아마 우연이 섞인 갑작스런 동행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져 과거의 우연이 희미해진 것일 뿐이기에 딱히 우연과 필연을 구분 지을 것도 아니다. 우연이 주는 강한 자극도 좋지만 오래 씹어야 단맛이 느껴지는 쌀밥처럼 곁에 있는 지겨운 인연들을 다시 한 번 꼭꼭 씹어보는 것, 지금 그리고 여기 옆에 있는 사람들과 마주보고 밥 한 끼 하는 것. 이 관계의 처음의 긴장감, 우연함을 다시 느껴보는 것이 이 시기에 마음으로 떠나는 정적인 모임, 여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