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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91185415833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6-04-14
책 소개
한 퀴어 생물학자가 마법 같은 언어로 써내려간 지독히 불순한 생각들
★ 전미 베스트셀러(National Bestseller)
★ 2026년 전미도서재단 Science+Literature Program 선정 도서
★ 《타임》 ‘2025년 반드시 읽어야 할 100권의 책’ 선정
★ 《배니티 페어(Vanity Fair)》 ‘2025년 최고의 책’ 선정
★ 《벌처(Vulture)》 ‘2025년 올 여름 꼭 읽어야 할 책’ 선정
인종학살을 피해 아르메니아에서 미국으로 피란한 이민자 가정 출신의 여성 생물학자.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과 성적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PTSD와 ADHD를 겪은 신경다양인이자 퀴어. 우연한 기회에 버섯에 빠져 균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지은이는 자연세계에 존재하는 온갖 퀴어함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생물학 전반에 깔린 이분법적 강박 그리고 이성애 규범의 편협함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모색한다. 남성과 여성,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 아래 상처받고 혐오의 대상으로 늘 주변부로 밀려났던 자신에게 생물학을 연구하면서 현장에서 목격했던 자연세계의 퀴어함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자 우리 시대의 위기를 바로 보는 새로운 시선이 되었다. 과학적 사고와 내장에서 끌어올린 직관의 언어를 특유의 시선으로 융합하여 자연의 풍요와 다양성을 찬미하는 이 책은 인간의 지식으로 선명하게 범주화되지 않아서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되었던 이 세상 모든 퀴어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생물학적 위로이자 옹호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에 드리운 이분법적 강박, 식민주의와 인종주의 유산을 걷어내고 자연의 다양함과 풍요로움을 직시할 새로운 시각과 언어
“이분법 바깥, 즉 이성애 규범 바깥의 생식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진화와 생물학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97쪽) 지은이의 생물학에 대한 생각은 이 한 문장으로 대변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18~20세기 유럽의 사고 패턴, 가치 체계, 위계질서에 사로잡혀 있는 생물학에 대한 도발이다. 또한 동성끼리 둥지 짝을 이루는 혹고니, 일생을 명확한 성별 없이 지내는 뱀장어 등 이분법과 확실성을 벗어나는 생물의 삶을 ‘일탈’적 사례로 여겨 연구에서 배제했던 비과학적 오만함에 대한 경고이다. 그러면서 책은 생물학에서 남성과 여성, 정상과 비정상, 번식과 경쟁이라는 18세기의 닳아빠진 대본을 버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책은 이렇게 묻는다. ‘퀴어함을 찬미하면 어떤 지식이 꽃필 수 있을까?
버섯의 예측불가능하고 찰나적인 생존 방식, 생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생식 기관이 없는 뱀장어의 미스터리한 삶, 아주 먼 옛날부터 오랜 시간 인간들에게 지혜를 전해주었지만 문화적 편견 탓에 부정적이고 불길한 새 취급을 받았던 까마귀의 지능, 고정된 성 없이 상황에 따라 암컷과 수컷이 되어 사랑을 나누는 달팽이 등 자연에 존재하는 온갖 퀴어함에서 숨 막히는 이분법적 질서를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책은 말한다. 자연은 결코 순수하고 명료하고 단정하며 숨 막히는 위계와 질서가 있는 곳이 아니다. 모호하고 불분명하며 불순하고 뒤죽박죽이며 모든 존재들이 서로 섞여 있다.
객관성과 확실성, 순수함을 중시하는 과학에서 범주를 벗어난 것들, 애매모호한 것들, 불순한 것들에게 손을 내미는 지은이는 생물학에서 경쟁, 생산, 우등과 열등, 도태라는 관념 대신 ‘호혜’와 ‘공존’과 ‘공생’의 언어를 역설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의 그늘이 드리운 생물학은 생산과 효율, 경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문화와 결합하여 우리 인간 종을 고독과 고립으로 몰아넣었다. 책은 이 단절과 고립, 파괴라는 우리 시대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인간 중심의 서사 바깥으로 나가 자연의 퀴어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목차
뱀이 가르쳐준 것 11
다른 존재 방식들 37
그 무엇도 홀로인 것은 없다 57
퀴어함을 찬미하면 어떤 지식이 꽃필 수 있을까? 79
까마귀의 언어 113
우리는 지독히 불순하다 139
공동체의 시간 159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189
오늘은 여기에, 내일이면 없으리 215
맺음말: 숲의 희열 243
감사의 글 255
미주 257
책속에서
‘자연’이라는 낱말의 일상적 쓰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자연은 인간 종과, 그리고 우리의 일상 세계와 구별되는 공간을 뜻한다. 이 낱말은 ‘거대한 분리’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이라는 말은 인간이 자신의 원천인 원시적 오물보다 숭고하고 동떨어진 존재임을 뜻한다. 하지만 이 칸막이는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문화적 선택이다. 생물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자연이고 자연이 인간이다. 둘을 별개의 영역으로 규정해야 하는 필요성은 다른 종과의 관계에 점차 균열이 생긴 결과다.
이 책에서 나는 자연이 얼마나 퀴어한지 탐구한다. 나는 어릴 적 경험, 퀴어 정체성, 균류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의 작업을 통해 자연이 억압될 수 없고 제한될 수 없고 똑바로 정의될 수조차 없음을 배웠다. 자연에 편재하는 퀴어함은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이분법적 규칙에 도전한다. 성이 셋 이상인 균류, 까마귀의 동성 동반자 관계, 달팽이와 장어의 간성 몸에서 우리는 인류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영감을 얻는다. 궁극적으로 퀴어함은 우리 모두를 정체성과 무관하게 더 불확정적이고 불확실하고 이행적이고 혼합적이고 상호의존적이고 협력적이고 비위계적인 존재 방식으로 초대한다.
직관은 몸의 언어이며 내장과 당신 주위 모든 것 사이에서 발화된다. … 이런 직관적 앎의 방식에는 알듯 말듯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서구 문화에서는 이를 여성과 여성성에 짝지었다. 물론 칭찬은 아니다. 이것은 여성을 비합리적이고 ‘결핍된’ 존재로 규정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럼에도 여성이 남성에게 시도 때도 없이 상처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미끌미끌한 언어를 신뢰하는 법을 배워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직관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여성이 이 미묘하고 효과적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생존을 위해서인데 이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이유로 비난받다니 얼마나 잔혹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