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5439600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죽음을 앞두고
뒤뜰에서
몽유도원도
달무리
대나무
포도
소원
닭
넘어야 할 고개
초야
달빛 창가에 비치는 매화 그림자
아들과 딸
어려운 결단
백성의 죄
물은 순리대로 흐르지만
황소
아들에게 거는 기대
신하다운 신하
여자의 운명
그림은 왜 존재하는가
눈물
상처
화사
귀거래사
천재의 어머니
용서
황소의 눈물
초상화
초충도
모사
죽음은 받아들이되
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제 겨우 열두 살인데, 도화서 화원에 버금갈 만한 솜씨를 지닌 아이가 있소. 이 아이를 방외화사로 거두어 주겠소?’ 아전은 내 말에 솔깃해서 바로 이렇게 되묻더구나. ‘그런 인재가 있소? 도대체 그 아이가 누구요?’”
“그래, 내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내 여식이오.’ 그러자 아전이 기가 차다는 얼굴로 대꾸하더구나. ‘멀쩡한 사람이 실성한 것도 아니고, 썩 물러가시오!’”
보기 좋게 거절당한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대나무 그림을 펼쳐 보여 주었다고 했다. 어제 내가 아버지에게 선물한, ‘사임당’이란 수결이 새겨진 그 그림을. 아버지는 그림을 본 아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했다.
“이, 이게…… 정말 열두 살짜리 계집아이가 그린 그림이오?”
“그렇소. 여기 ‘사임당’, 내 여식의 수결이오.”
“계집아이가 수결까지? 이런 당돌할 데가!”_대나무
치마에 포도를 그려 알이를 도운 뒤로 내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왔다. 지금은 뜸하지만 한때는 그야말로 베틀에 북 나들듯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가 상대했고, 어머니는 돈을 벌고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물론 어머니의 마음은 나의 마음이다.
화사가 그림으로 돈을 버는 것은 농부가 곡식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 화사로 인정받는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그림 잘 그리는 여인’으로 부를 따름이다. 여인을 화사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림만 손에 넣으려 한다. 그러한 세상에 나는 천금을 준다 해도 그림을 내놓을 수 없다.
_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