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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문학사
· ISBN : 9791185650104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항구와 공장의 근대성 ― 이현식
: 인천에 대한 문학적 표상 연구
한국 근대소설에 나타난 인천 ― 이경재
‘밥, 집, 평화를 나누는 공동체’를 일구는 아동문학가, 김중미 ― 염희경
인천 문학의 지형과 특징 ― 김윤식
동시대 한국문학의 흐름과 인천의 문학 ― 조강석
바다 위의 길은 지워지지 않는다 ― 장석남
가만히 귀 기울이면 ― 안보윤
시와 고향 ― 임선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2006년 간행된 <한국근대문학풍속사전>(이하 <사전>으로 약칭)은 1905년부터 1919년에 걸쳐 발표된 소설 및 서사물들을 대상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풍속과 관련된 어휘들을 약 2,000여개 추출하여 그 어휘들이 소설 속에서 얼마나 많이 등장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사전 형식으로 편집한 책이다. 1905년부터 1919년까지 발표된 소설과 서사물 300편을 모두 조사한 큰 작업이었다. 조사된 어휘 가운데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의 이름도 있다. 그런데 이 사전에 의하면 인천이 직접 거론되는 총 작품 수는 17작품에 이른다. 이 숫자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서울은 그렇다고 쳐도 인천보다 훨씬 큰 도시이거나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이나 대구보다도 등장 횟수가 더 많다. 예컨대 인천보다 일찍 개항한 부산이 이 시기의 서사물에 등장한 작품 총수는 13편이다. 인천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 수가 부산보다 4편이 더 많다. 인천은 서울 다음으로 우리나라 초창기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도시 이름인 것이다. 비슷한 개항 도시인 원산과 목포, 군산과는 비교할 수준이 못 될 정도이다. 원산이 비교적 많이 등장하지만 인천에는 못 미치고 군산이나 목포는 미미한 수준이다.
개사람들은 손쉽게 집을, 가게를, 거리를 부쉈다. 그곳에 고인 기억들이 함께 부서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숨 가쁘게 부수고 새로 짓기만을 반복했다. 항구를 끼고 있는데다 공업화되면서 인구가 급격히 몰려 조악하고 허술한 건물들이 계획 없이 들어찬 인천의 특성상 불가피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사라진 집과 거리에 매번 상처받았다.
사라지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어서 거기 조랑조랑 매달려있던 기억들, 이를테면 낮은 담에 문지르던 흰 돌멩이, 풀숲을 뒤지던 어린 손가락과 모래 깔린 놀이터까지 단숨에 내달리던 검고 둥근 무릎들까지 함께 사라졌다. 졸업한 학교는 기형적으로 우람해졌고 새로 지은 아파트는 쌍둥이처럼 똑같아 나는 자주 길을 잃었다. 그렇다면 기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내가 마주한 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할 수밖에 없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