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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85823362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8-11-30
책 소개
목차
푸른 씨앗
아시땅
해녀
회고_ 김수환
나의 삼촌 김용익
작가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천복이는 안 할 말을 했는가 싶어 짐 보따리가 가득 쌓인 마차를 올려다봤다. '새눈깔'이라고 섬 애들한테 놀림받고 있는 것을 어머니에게 말한 일이 없었다. 애들이 '새눈깔' 하면서 떠다밀고 웃고 까불면 견디다 못해 주먹질 발길질로 힘껏 싸우고 시퍼런 멍이 들어 집에 오곤 했지만, 왜 싸웠는지 어머니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처럼 검은 눈이 아니고 푸른 눈을 가져서 마음이 안 좋은지 궁금했지만 이때까지 감히 물어보지를 못했다.
"참 이상하지요?"
천복은 희고 넓은 이마에 어린애답지 않게 주름살을 짓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아 눈이 까만데 나만 왜 파란 눈이고 엄마도 그렇고 할머니도 파란 눈이었다 하대요. 그 할머니도 눈이 파랬을까, 우째서 그럴까요?"
"나도 모른다. 씨앗 속에 파란 싹이 있어 그런 게지."
푸른 씨앗
천복은 안경 값을 은전으로 치러 주고서 길 옆의 가게마다 유리창에 비치는 제 모습을 들여다보며 삼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중엔 안경을 호주머니에 넣고 저녁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바닷가를 서성거렸다. 차차로 어둠이 내리자 그는 지치고 근심에 쌓여 쪼그려 앉아서 먼 등대빛을 바라보았다. 저의 색안경 쓴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푸른 눈에 섭섭한 빛이 떠오를 게 뻔했다.
하지만 색안경으로 푸른 제 눈을 가리지 않고는 학교 애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는 것이다. 깜박이는 먼 등대불처럼 안경 끼고 학교를 갈까 말까, 그의 생각도 자꾸 자꾸 깜박거리기만 했다.
푸른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