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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5851013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4-11-10
책 소개
목차
1 인간을 도축하는 백정
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3 임금, 죄를 사하다
4 반야산에 사는 범
5 모두 나의 백성이다
6 인간의 탈을 쓴 악귀
7 묘적사의 승려들
8 끓어오르는 불가마, 조선
9 호랑이가 된 백정
10 빛을 잃은 혜안
11 드러나는 일각
12 한재(旱災)의 깊은 뿌리
13 범의 행적, 그리고 마혈주
14 통곡하는 민초
15 악귀가 겨눈 검
16 소멸되는 만난(萬難)의 소리
17 호접(蝴蝶)의 날갯짓
18 익지 않는 귀
19 악귀의 묘수
20 뱀의 지혜
21 굴대 없는 물레방아
22 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리
23 성군의 역사는 빛나야 한다
24 돋아나는 새살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식은땀 한 줄기가 초한의 등허리를 타고 흘렀다. 절명하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은 처절한 고통이었지만 초한은 집에서 기다릴 식솔들의 초췌한 인상들을 떠올리며 인내했다. 그는 해진 바지를 최대한 내려 입어 절단면을 가렸다. 바람이 멎자, 천지를 두 쪽으로 갈라놓을 듯 극렬했던 고통도 차츰 멀어져갔다.
어느새 안개는 제법 옅어져 있었다. 초한은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훑었다. 이따금 흙더미가 움직인다 싶으면 열이면 열, 땅강아지였다. 그는 산길을 조금 더 오르기로 했다.
양반들 사이에서 노비를 사고파는 일은 흔했다. 어리고 어여쁜 동녀 노비들은 늙고 병든 노인의 노리개로 팔려갔고, 변성기가 찾아와 사내냄새가 풍기는 동자 노비들은 마치 화폐처럼 거래되었다. 이유인즉 노비 중에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고 풍부한 아기 씨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팔린 노비는 다시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규칙이었는데, 만약 그를 어길 시에는 참형이 내려졌다.
“닥치거라! 어찌하여 그대들은 큰 것은 보지 못하고 작은 것만 보려 하는가. 삼법사는 어제 그 백정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을 터다. 대신들의 입은 깃털보다도 가벼우니, 벌써 백정이 했던 말들이 이미 궐내에서 다 돌았을 것이다. 허면 똑똑히 들어라. 조선은 선비만의 나라가 아니다! 저잣거리에 나앉은 헐벗은 저 백정, 천민, 노비, 상인, 양인! 그들 모두 조선의 백성이다! 그대들이 먹고! 자고! 싸고! 할 수 있는 것이 누구의 덕이더냐? 밤낮 괭이질해가며 곡식을 뿌려대는 저 노비들과 머슴들의 덕이 아니더냐? 그런데 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 쉬이 생각하느냐. 이 무능하고, 무능하고, 또 무능한 자들아!”
임금의 격노한 얼굴이 타오르는 치우천왕의 형상처럼 붉었다. 대신들은 모두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굳게 입을 다물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