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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5871714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7-05-19
책 소개
목차
게임 절대 금지
선글라스를 쓴 소녀
위험천만한 생일 기념 데이트
망할 놈의 도마뱀 뇌
말하다 말기
노트북이 작살나던 날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스타벅스 프로젝트
조울증 망나니 사이코
우리 오빠 왜 저래?
누구나 비밀은 있다
결전의 순간
들쭉날쭉 인생 그래프
리뷰
책속에서
게임 절대 금지
오드리는 그다지 사교적인 편은 아니어서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공부도 잘하고 큰 말썽도 일으키지 않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그 일이 있고부터 사람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오드리는 깨어 있는 내내 선글라스를 낀다. 어두컴컴한 곳에서도, 비가 오는 날에도……
내가 노트북으로 영상을 찾는 동안, 엄마는 가만히 앉아 내 방을 둘러보았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나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반짝이는 두 눈이 내 방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는 걸. 뭘 찾는 거냐고? 아무거나, 뭐든지. 이제 엄마와 나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은 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에 속뜻이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수많은 일들 중에 바로 그 점이 가장 슬프다. 엄마와 나는 예전처럼 서로를 마냥 편하게 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건넬라치면, 엄마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호들갑부터 떤다. 그럴 때 엄마의 머리는 쉴 새 없이 팽팽 돌아간다. 이게 무슨 뜻이지? 우리 오드리가 괜찮은 건가? 오드리가 진짜 하려는 얘기가 뭐지?
선글라스를 쓴 소녀
오드리네 집은 아이가 셋이라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오드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골칫거리는 <정복자들의 땅> 게임에 빠진 프랭크 오빠다. 프랭크 오빠는 두 달 후에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라나?
하여간 요즘 애들은. 이건 곧 우리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나는 거실에 앉아 엄마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서히 조짐이 보였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 자꾸만 달싹이는 입술,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 그리고 짠, 드디어 공격 개시!
“프랭크, 네 몸은 하나뿐이잖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보살펴야지! 엄마가 진짜 걱정되는 건 너 스스로 건강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야. 허구한 날 인스턴트 음식만 먹으려 들고…….”
오빠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가 엄마 나이쯤 되면 인공 장기가 나올 거래.”
“네 또래 애들 중에 당뇨병에 걸린 애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비만이랑 심장병은 또 어떻고. 말도 마.”
“응, 알겠어요. 말도 말게.”
오빠는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야 말았다.
“너, 진짜 문제가 뭔지 알아? 이게 다 그 흉악한 게임이며 텔레비전 때문이야. 심지어 몇몇 애들은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더라!”
“애들 몇 명? [……] 내 또래 애들 중에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애가 몇 명이나 되냐고? 엄마 또 <데일리 신문> 봤지?”
엄마가 오빠를 한껏 노려보며 대답했다.
“꽤 돼.”
말하다 말기
게임 대회에 오빠와 같이 출전하기로 한 라이너스 오빠가 게임 연습을 하기 위해 날마다 오드리네 집에 온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와 프랭크 오빠가 게임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벌이자, 그들을 피하려고 집 안으로 돌아다니다 오드리의 방으로 불쑥 들어서게 된다.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또 라이너스 오빠다. 엄마가 컴퓨터 게임을 금지한 동안은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뜨악한 표정을 보니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게 분명했다. 엄마가 아래층에 대고 소리쳤다.
“너 게임 금지인 거 라이너스도 알지?”
오빠는 까칠한 말투로 답했다.
“당연하지. 근데 나 말고 라이너스는 해도 되잖아?”
엄마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입을 쩍 벌리기는 했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규칙은 규칙이야! 쟤도 그걸 배워야지!”
애들이 뭘 알겠냐며 적당히 봐주자는 아빠와, 컴퓨터 게임이 아들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엄마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나는 얼마간 귀를 기울여 듣다가 이내 지루해져서 동굴로 내려가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는 건 아니다. 음,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나는 예전에 유행하던 시트콤을 틀어 놓고 앉아서 시간을 헤아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게임 연습이 끝난 뒤, 라이너스 오빠가 내게 인사를 하러 올지 안 올지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냥 그런 생각만으로도 짜릿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뭐, 꼭 라이너스 오빠가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해야 된다는 건 아니다. 하기 싫을 수도 있겠지. 다만, 지난번에 라이너스 오빠가 분명 나에게 말했다. 또 보자고. 죽을 때까지 날 못 본 척하고 지낼 마음이라면 굳이 또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