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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595124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12-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11화
12화
13화
에필로그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딸랑-
“어서 오세요!”
방울의 맑은 소리와 동시에 미용실의 많은 직원들이 인사를 했다. 주말이라 손님도 많고 직원도 많아서 그런 인사는 부담이 될 법도 하고 멋쩍을 법도 하지만, 막상 그 인사를 받은 여자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커트 치려고 하는데요.”
큰 키와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아름답지만 표정이 없는 그녀. 하지만 그런 무표정 속에서도 우수에 젖은 것이 보여 넋 놓고 바라보다가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운 목소리에 원장이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커트로요?”
원장이 다시 되물었다. 검고 긴 그녀의 머리카락은 샴푸 광고 모델도 울고 갈 정도로 찰랑거렸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런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그것도 커트로?
“네. 혹시 몰라서 사진도 한번 구해 왔어요. 안 될까요?”
그녀가 연예인 사진이 있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 사진을 본 원장은 자신이 뭐라고 해도 확고한 마음인 걸 알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닙니다.”
자신이 아무리 아까워해도 결정은 손님이 할 일이다. 자신이 이러는 게 좋겠다, 저러는 게 좋겠다, 결정할 일이 아니다. 물론 얼굴형에 맞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해 줄 수는 있지만 이 손님은 더벅머리도 예쁠 것이리라, 그리 생각했다.
“머릿결이 너무 좋으셔서 자르기 아깝네요.”
원장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냥 봐도 찰랑이는 머리카락은 만져 보니 자르기가 더 아까워졌다. 이리 비단결같이 고운 머리카락이라니…….
“그나저나 이런 롱헤어를 갑자기 커트로 자르시다니. 설마 실연당하신 건 아니죠?”
원장은 정말 백 프로 농담으로 말을 던졌다. 이런 아름다운 여자가 실연이라니. 물론 성격이나 다른 면에 문제가 있어서 실연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짐작해 보기에 별문제가 없어 보이기에 던진 말이었다.
“일단 잘라 주시겠습니까?”
“아, 네.”
그녀는 대답은 하지 않고 정중하고 딱딱하게 다시 한 번 원장에게 말했다. 원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서 잘라 내어 옆에 두고, 한 움큼 잡아서 잘라 내어 옆에 두고를 반복했다. 허리까지 오던 머리카락이 목선 아래를 맴돌자 점점 더 짧게 다듬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점점 보이시해지며 색다른 매력을 풍기기 시작했다.
“주제넘은 참견일 수도 있지만, 이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놓을게요. 나중에 찾으러 오세요. 이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자르고 그냥 내버려 두고 가기에는 너무 아깝네요.”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난 다음, 원장이 그녀에게 말했다. 큰 미용실과 열 명이 넘는 직원을 밑에 두고 있는 원장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만큼 젊은 이 원장은 처음 온 그녀에게 오지랖의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그런 원장의 말에 그녀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인가.”
그녀의 이름은 유채인. 가명으로 유이라 불리는 그녀. 오늘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