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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86036648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21-06-09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독서 길잡이: ‘붕괴세대’의 과로사를 직시하자
저자의 말
들어가며: 살려고 일하는가, 죽으려고 일하는가
제1부 피로의 흔적
1장 어느 엔지니어의 죽음
2장 가슴 아픈 장례식
3장 무급휴가의 과로 기록
4장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죽어간다
5장 링거를 맞으며 일하는 간호사
6장 깨어나 보니 완전히 달라진 삶
7장 생명을 구하는 영웅의 비애
8장 꿈의 공장 속 고달픈 인생
제2부 제도가 사람을 죽인다?
9장 과로 일터 현장 기록
10장 과로 인정의 머나먼 길
11장 고장 난 과로 보상 제도
12장 세계의 과로 현상
13장 과로 대항 대작전
제3부 과로에서 벗어나기
14장 과로하는데 어쩌죠?
15장 과로 예방 자가 조치
[부록1] 대만 과로 인정 기준 및 절차
[부록2] 대만 근로기준법 제84조 제1항 적용 대상
[부록3] 대만 노동보험 산업재해 급여 내용
추천의 글
노동 착취는 이제 그만!_정야원 대만직업안전보건연대 이사장
과로를 막는 바른 길_황쑤잉 대만여성연대 이사장
과로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_쑨요우리엔 대만노동전선 사무총장
과로가 줄면 삶은 늘어난다_허밍시우 대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옮긴이 후기
책속에서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매일 출근길에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러면 병원에 입원해서 쉴 수 있으니까.” 그 기간의 나날 동안 그는 계속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내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애써 부릅뜨고 일해야 했다. 그는 해당 업무 담당자였고 이직하려고 해도 업무를 인계할 사람이 없었다. 회사에 큰 손실을 안기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왜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는 거야? 이직하면 되잖아.” 그러나 노동자에게 진짜 선택의 자유가 있을까? 우리는 사건들을 관찰하면서 노동시장이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사슬로 노동자를 꽁꽁 묶어둔 현실을 보았다. 낮은 위치에 있는 노동자일수록 이동할 수 있는 유동성은 더욱 부족했다. 사실 노동자가 과로하는 환경에서의 생활이란 외줄 타기와 같다. 조금만 삐끗하면 바닥없는 심연으로 떨어지고 과로 질병에 걸린다.
쉬샤오빈은 침대에 눕지 않았었다. 그는 밤새 컴퓨터 앞에 엎드려 있었다. 컴퓨터는 여전히 켜진 채였고 책상 위에는 문서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아버지가 급히 샤오빈을 흔들어 깨웠다. 아무리 흔들어도 샤오빈은 엎드린 채였다. 그리고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이미 맥박과 호흡이 없었다. 너무 늦어버렸다. 일어나 세수할 틈도, 작별할 새도 없었다. 다시는 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할 수 없다. “저는 아들을 잃었어요.”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아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리던 그 순간 아버지는 무너졌다. 그는 병원 바닥에 꿇어앉아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가게 문을 닫고, 재취업에 실패하고, 냉소와 조롱을 받으면서 힘들어도 모두 버텨냈던 그인데, 그 순간 그는 오래 참았던 마음속 비통함을 모두 쏟아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늘이 이럴 수 있는지. 그의 아들은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하느라 침대보 언저리에도 닿지 못하고 컴퓨터 책상에 엎드린 채 결국 세상을 떠났다.
“다들 똑같이 야근하는데 아무도 안 죽었어요. 당신네 자식만 죽었습니다.” 쉬샤오빈의 가족이 난야테크놀로지와 출근기록의 인정을 다툴 때, 교섭 과정에서 회사 측 대표가 이런 무정한 말로 응대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피가 맺히도록 가족의 가슴에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