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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이야기/사진가
· ISBN : 9791186039892
· 쪽수 : 77쪽
· 출판일 : 2017-09-20
책 소개
목차
작가노트
동물 나라 여행
Artist's Note
Trip to Animal World
말은 말이 없다
사진 생각 1
누비아나
Horses Tell No Tales
Photo Thought 1
Nubiana
어느 별로 가니?
사진 생각 2
성지聖地
What Planet Are You Going to?
Photo Thought 2
Holy Place
꿀꿀꿀 끌끌끌~
사진 생각 3
꿈
Ggul Ggul Ggul Ggeul Ggeul Ggeul~
Photo Thought 3
Dreams
평론
동물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반추
Review
Rumination on the Life of Humans through Animal
Index
작가 프로필
Index
Biography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비아나는 17살, 사람으로 치면 60살을 넘은 나이다. ‘작은 새들의 속삭임’이라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이름을 갖고 있다. 누비아나는 드물게 보는 하얀색 경주마다. 덩치는 작아도 미국의 경마장에서 신나게 뛰었고,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작은 경기에서 우승한 기록도 있다. 누비아나는 씨받이다. 경마에서 실적이 떨어지자 한국으로 팔려 왔다. 경마에 나가는 대신 명마를 생산하는 꿈을 갖고 있다. 태어난 자식들이 경마장에서 뛰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명마와 교배해서 새끼를 낳았는데 낳자마자 죽어버린 아픔도 갖고 있다. 누비아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새끼 낳는 역할을 끝낸 말은 아무 쓸모가 없다. 너무 늙어서 관광용, 승용이나 고기로도 팔지 못한다. 보통은 안락사시킨다. 누비아나는 좋은 주인을 만났다. 자연사할 때까지 사료를 주고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이제는 늙어서 털은 빠지고 새털이 나지 않으니 피부는 가뭄의 들판처럼 메말라 있다. 다리는 병균에 감염되어 퉁퉁 부어 있고, 네 다리 굵기가 각기 다르다. 멍하니 하늘을 보거나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건초를 씹는 것이 일과다. 누비아나를 보고 있으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몸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조금씩 먼저 이사 보내는 것이다. 영혼이 떠나간 집은 점점 작아진다.
사진을 찍을 때는 꿈을 많이 꾼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꿈속에 물고기가 날아다닌다. 밖으로 나온 물고기가 마당에 떨어졌다. 숨을 헐떡인다. 피부가 말라간다. 기진맥진해 있던 물고기가 기를 쓰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2미터쯤 뛰어올라 날고 있다. 그러다 다시 떨어졌다. 누워서 할딱할딱한다. 신기하다. 애처롭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가 없다. 휴대폰도 없다. 또 다시 물고기가 난다. 몸이 부풀어 올랐다. 마침내 물기가 남아 있는 잔디밭 위에 떨어졌다. 신비한 힘을 가진 할아버지가 나타나 물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물고기 위에 “푸우~” 하고 내뿜어 주었다. 부르르 물고기가 용트림을 한다. 살아났다. 살아났다. 생명력은 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