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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265
· 쪽수 : 138쪽
· 출판일 : 2015-09-0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저물녘 그 사이/여름 한가운데서/전주(前奏)에 대하여/물의 정원을 가다/다알리아/맨드라미 곁에서/마당에서 울다/가을 연못/다시 읽는 시/가구를 버리다/저녁 한때, 오래/북향화(北向花)/황도(黃島)/소통/아욱꽃 피다/풀등
제2부
첫사랑/가을 꽃차/연정/암자, 피어나다/가로등을 끄다/밥값/만개/나는 벤치를 믿어/논둑과 논둑 사이에서/내외 불화증/파도의 시간/그날의 체감온도/울음산/성지에서/탄주(彈奏)/파밭
제3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름/창문 아래 초록 잎들/내 몸의 이물질/라라라 봄비/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오래된 마당이 있는, 없는/개울 옆 찻집/가을 햇살이 보여주었다/여름 연못/땅이 웃는다/틈이 풍경을 만든다/낮놀이/초록에 갇히다/여름이야/꽃밥
제4부
마당이 젖는다/한련화 마당/어느 날 감잎들이/산막(山幕)에서/꽃거품으로 지우다/검은 유혹에 물들다/두 자루의 삽/기도의 신학/운학리 연가/경칩론(驚蟄論)/꽃잎 흘러가다/뭉클하다/찰옥수수 삶는 동안/달밤/우수(雨水)
해설 당신 그리고 마당으로 가는 길 / 우대식(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당에서 울다
다알리아가 지고 있다
무거운 고개를 떨군 채 날마다 조금씩
바닥을 향해 기울고 또 기울고
바닥이 하늘인 양 꽃잎들의 입술이 간절하다
당신의 마지막 전화를 나는 받지 못했다
여름 끝 무렵이었다
세상 모든 호흡들은
눈감을 때 눈물을 흘린다
귓가의 바람들도 침묵의 아픈 울음을 삼킨다
바닥에 닿을 때까지 품고 가야 할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한 생애를 건너가며 비로소 고백하는
몸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가물가물 여름 행성을 따라
당신은 가고
꽃잎들 흙물 적시고 있다
마당이 젖는다
해 떨어진 여름밤 두무골 골짜기 감악산 등성이 너머 달빛이 하얗게 하얗게 흘러간다 물결 지나간 자리마다 하늘 옷자락 질펀하게 물이 든다 한여름 밤의 그 만월, 밤 깊을수록 개울물 소리 더 크게 울려오고 한순간
와르르 쏟아지는 별 무리들,
땅 위의 모든 고요가 얼비치는
후박나무 잎이 몇 번 뒤집혀지는
달맞이 꽃잎들이 만개하는
[시인의 산문]
딸기잼을 만들며
딸기와 설탕이 서로 녹는 시간을 기다린다.
실존의 형상들이 수없는 물방울, 거품을 쏟아내며
몸을 바꾸고 있다.
텃밭에서 빨강으로 익힌 두 소쿠리의 딸기와
삼 킬로그램의 다디단 설탕과
그들이 한몸이 되기까지 받들어준 불꽃들은 모두
내 안의 순결한 악보들이었다.
새삼 그 높고 낮은 음표들에게 감사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제야 여기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