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25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11-27
책 소개
목차
제1부
조금 더 천천히 걷기•13/해바라기•14/고백의 위험•16/초록 스카프는 어디로 갔을까•18/저녁에 새들은 왔던 곳으로 날아간다•20/하얀 새•21/손수건•22/모르포나비•24/그래도 아직 누구의 등이 남아 있는지•26/화양연화•28/눈물 병(甁)•29/나의 호접몽•30/뿌리에게•32/오늘의 경전•34
제2부
당신은 여전히 당신•37/빨강은 병이 아니야•38/오후 세 시•40/머나먼 안부•42/어떤 한 시간이•44/나중이라는 말•46/스무 살•47/모란 경전•48/마찰•50/내 몸이 지나가네•52/잡힌 것들이 어떻게 잎이 되어 나오니?•54/이제 슬픔을 데리고 어디로 갈까요•56/달맞이꽃•58
제3부
냉이는 언제 캐는가•61/이십 분•62/춘자네 집•64/꽃, 그 이상의 열매•66/하양을 펼치다•68/피부의 미학•70/백색화엄•72/비의 잔•73/후회하지 않아•74/구어도(九漁圖)•76/해벽•78/걷는 사람들•80/후생•82
제4부
그땐 그때구요•85/알 수 없는 먼 곳에서•86/어느 십이월의 페이지•88/네 잎의 화답•90/집(集)이 되는 방식•92/통(通)•93/문섬•94/능소화•96/다시 돌아간다면•98/사이•99/가을과 겨울 사이 첫날•100/종일 폭설•102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103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길은 책을 닮았어요 몇 발자국 걷다 보면 한 페이지가 지나가요 보리수 열매를 찾으려니 휘리릭 다음 문장들이 펼쳐져요 어떤 풀숲에서는 후두둑 빗소리에 갇혀 있었지요 우두커니 한 글자만 바라볼 때도 있었고 그런 날은 어릴 적 슬픈 생각을 많이 한 날이기도 해요
오늘은 무슨 기념일인 거 같아 두근두근 흘러가는 천변에서 날짜를 헤아렸어요 누추한 날들이 너무 많아서일까요 수치스러운 문장들은 왜 하필 이 길에서 또렷해질까요 독해가 어려웠던 날들, 믿어지지 않았던 행간들, 그러나 끝내 설명하지 않는 부호들…… 울먹이며 읽고 울먹이며 묻기도 했던 그 마음이 있어서인가요? 살수록 물음표가 더 좋아졌지요 날마다 다른 뜻이 있는 거 같아서
이번 생도, 어차피 한 권의 책이려니…… 혼자 밑줄 그으며 걸어가는 석양빛, 그러나 늘 꿈꾸고 사랑했던 시간들 내가 이토록 애독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그래요 그래서 오늘은 천천히 조금 더 천천히 걸을게요
― 「조금 더 천천히 걷기」 전문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눈물 흘릴 때마다 그 눈물을 보관하는 유리병을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눈물 병을 몇 개씩은 지니고 살았다는데, 그 눈물 병은 주인이 죽었을 때 무덤 속에 같이 넣어 (천사가 눈물 병을 소중히 안고 천상으로 올라가 바치기 때문) 명복을 빌었다는데, 생전에 시편 백오십 편을 지은 다윗 왕도 이 눈물 병을 지녔다고 하는데, 그 지극한 눈물 못지않은 시인들의 시집이 원조 그 눈물 병은 아닌지, 시집들을 들여다보면 행간 사이사이 눈물 자국들 푸르게 아리게 스며 있는데, 오늘 한 젊은 시인이, 걸식을 하더라도 시만 쓰고 살면 좋겠다고, 눈물 글썽이며 벚나무 아래서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
― 「눈물 병(甁)」 전문
창문 앞 동산이 꽃을 피우느라 눈을 감았다 떴다 어지러운가 보다
좋은 시 몇 편 옮겨오는 나도 어질어질
눈가가 침침하다
아침부터 시 읽기에 잠기고 꽃 번짐에 잠기다
저 봄볕에 화르르 발가벗고 싶은 충동
몇 년째 코로나19 마스크를 하고
내뱉은 숨을 내가 다시 먹고 살아도
봄은 여전히 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라고 읽는
이 기묘한 날들의 후렴구
― 「당신은 여전히 당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