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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사제

거짓사제

박승출 (지은이)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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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사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거짓사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487
· 쪽수 : 130쪽
· 출판일 : 2015-07-30

책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36권. 2010년 월간 「우리詩」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승출 시인의 첫 시집. 박승출 시인의 시정신은 '전통과 합리'라는, 예술을 둘러싼 환영을 걷어냄으로써 예술의 정치화를 기도한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모자와 마스크 13
느낌 14
오늘의 생 16
산책 18
유럽풍 저택 20
더러운 개처럼 22
오래된 저택 24
하수인 26
거대한 벽 28
집행자들 30
그림자놀이 32
실시간 33
강화 가는 길 34
지금 이곳에선 36
벚꽃처럼 흩어지네 38
경비실 방문 목록에는 39
검은 창 40
의미 없는 호기심 42
검은 비 44
거짓사제 46

제2부
철야 하는 밤 49
아프리카 1 50
아프리카 2 52
아이의 잠 1 54
아이의 잠 2 55
옥상 위의 집 56
모년 모월의 겨울 일기 2 58
시베리아 60
퍼포먼스 62
밤의 회의 64
밤의 유리창 66
다시 실업 68
소주병 70
거리의 날들 72
떠도는 먼지 74
빈방 76
가로등 우울 77
장작을 패다 78
투명한 노동 80
먼지꽃 82

제3부
청춘 85
마지막 청춘 86
봄이 오면 88
그해 겨울 90
어둠 속의 둥지 92
아버지의 말씀 93
문상 가는 길 94
붉은 물 지다 96
사랑에 관하여 1 98
사랑에 관하여 2 100
사랑에 관하여 3 101
절망에 대하여 102
후회에 대하여 104
정류장에서 비를 맞다 106
잔혹한 일상 108
달빛 살인 1 110
달빛 살인 2 111
역 광장 112
공중전화 114
불맛 116

해설 유럽풍 샹들리에를 거부한 자의 빈 소주병 / 김정남(문학평론가·관동대 교수) 117

저자소개

박승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에서 태어나 2010년 월간 《우리詩》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거짓 사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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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떠도는 먼지

옥상 좁은 창틈에 내려 싹을 틔웠다. 거기라도 좋았다.
꽃향기를 상상하며 다리를 펴고 잠들었다.
사방에서 별빛이 내려와 이마를 덮을 때
꿈에도 따뜻한 피가 흘렀다.
봄은 상징을 가질 수 있는 떨림 같은 것이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지 않았다면
머리 내민 어린 싹을 빗자루로 쓸어내지 않았다면
삶은 좀 더 오랜 깊이를 가졌을 것이다.
젖은 몸으로 무겁게 쏟아져 내리는
추락은 언제나 아찔한 현기증 같은 것.
상처 위에 또 하나의 상흔을 남겼다.
바닥을 노숙자처럼 굴러다녔다.
신발 밑창과 바닥 사이에서 높낮이로 흔들리며
멀미의 날들을 허우적거렸다.
말이 되지도 못하는 말들을 속으로 삼키며
몸부림쳐도 쉬이 바뀌지 않는 세월을 앓았다.
다시금 꿈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며
마침내 젖은 몸을 말렸다.
햇살 한 줄기 희망처럼 혈관 속을 흘렀다.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몸에 닿는 것이 없는 허공은 늘 무한이다.
삶은 시련으로 단단해질 수 있는 은유라 믿었다.
닥쳐온 계절이 겨울이 아니었다면.
모진 고문 같은
혹한의 눈발들이 허공을 수놓지 않았다면.
길고 긴 외면이 맨살을 스치고 지나가지 않았다면.
아, 떠도는 먼지


붉은 물 지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나뭇가지들은 잎을 마저 다 떨어뜨리리라.
그러나 아직 저렇게 힘겹게 붙들고 있는 가느다란 잎사귀의 힘.
지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만 붉게 물들고 싶었을까.
바람이 한번 다녀갈 때마다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기억 속에서
가을이 깊을수록 더 붉어지는 낯빛 낯빛들.

어머니가 별안간 간난아이처럼 벽을 짚고 일어섰을 때 우리는 왜 모두 경악했을까.
그것이 기울수록 더 필사적으로 붉어지는 노을빛이란 것을 왜 몰랐을까.
이 세상 모든 생은 마지막에 가서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왜 어머니가 한자리에 꼼짝없이 누워 연일 독한 향내를 지릴 때 알았을까.

일생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허공.
생의 마지막을 곤두박질치고 싶지 않아
낙엽은 이제 허공을 춤추듯 내려오는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저 나뭇가지 끝에는 순리처럼 몽우리가 또 맺힐 수 있을까.


[시인의 산문]

그해 겨울, 죽음이 거리에 흘러 넘쳤을 때 고양이는 탁자 밑에 게으르게 잠들어 있었다. 유리창엔 오후의 햇살들이 느릿느릿 흘러내렸고 나는 어지러운 사물들이 널린 책상에 앉아 마르크스를 읽었다. 친한 친구들은 뜬금없이 내게 은밀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출세를 권하곤 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 쌓인 거리에는 죽은 사내들의 여자들이 입에서 하얀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입을 떠난 말들은 나오자마자 그대로 얼어버렸고 어떤 한 여자는 추위 속에서 실신하기도 했다. 우는 아이의 곁을 지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속에서 더러운 말들을 꺼내 던졌고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가진 어떤 사내들은 야릇한 미소와 함께 한쪽 어깨를 치켜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늙고 초췌한 몇몇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동사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눈에 덮인 시신이 녹는 눈과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내가 읽는 마르크스의 문장들은 그러나 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철철 흘러넘치던 그해의 죽음들은 읽지 않는 지난 신문처럼 빠르게 잊혀졌다. 그렇게 나는 맥없이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고, 부끄러웠고, 창밖 하늘에는 거대한 풍선이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여전히 부푼 구름 밑을 유유히 떠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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