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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531
· 쪽수 : 110쪽
· 출판일 : 2015-08-2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다만 내연의 일로
독감 바이러스
균열
어떤 저녁의 풍경
한 다발 달을 죽이기 위해
해바라기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날마다 만찬
어디서든 아우라지
너라는 외상(外傷)
블루로드 위의 납자(衲子)
어느 날 그대가 딱정벌레처럼
누 떼를 보았다
사랑을 받아쓰기하다
제2부
너도바람꽃
메밀이라는 식구
무심코 지나는 것들
나비를 경험하다
어둠의 아이들
빈손
지느러미가 향하는 곳은
아베마리아 후손들
판화 한 점
꽃백정
샐비어 내력
소금을 치다
입술
시인의 폭우
제3부
너와의 논쟁
팔만대장경 그 가계
무서운 타관
최남단에서 쓰는 편지
식은 밥의 유래
운흥사 벚나무
석가의 낮잠
그 절에 이무기 한 마리
새벽 네 시, 혹은
밀양아리랑
싯다르타를 찾아
물 위의 불영사
서암정사
접시꽃
제4부
상강(霜降)
선유도
흑백, 62번지
화첩기행
붓질을 당하다
휴(休)
모아이
엉겅퀴
누군가의 산책
밀양과 밀항 사이
고기 굽는 저녁
헌신적인 오독
동인동 찜갈비
그 남자의 수제비를 먹은 다음날
회전하는 얼굴
해설 북방의 철로를 따라가는 어느 저녁 / 조동범(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디서든 아우라지
고통은 여물었다, 송두리째 내가 빠져나갔다
열매 속의 저 유순한 결, 우리가 취하고
나누었던 바람의 길
말을 걸면 단물이 곧 터질 것 같다
청춘이 저렇게 눈물겹게 왔다 간 길이었겠다
너를 벗겨내면 여름을 질러온 활주로 같은 서슬이 있어
그것이 마침내 징검돌 씨앗으로
단단히 박혔을 때
그러나 당기면 끌려 나오는 그 시고 떫은 것
누구나 홀로 여무는 이맘 때
뼈에 매어둔 길이, 돌아보면 다 제각각 고통인 것들
손잡아 주지 못했다
너라는 외상(外傷)
막 쑤어놓은 죽처럼 고루 퍼졌다
낙이 없는 일보다 더 무서운 건 없는 거여서
죽은 조개를 뒤적이다 누군가의 죽은
영혼이 열리는 것 같아
무명씨를 생각한다
그 기웃거림 뒤로 종종거리는 노을은 과속으로 오고
너라는 것
뻘에 내버려두었다
울음이 병처럼 또 한 울음 만드는 갯벌 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견디는
너는, 헐었다
[시인의 산문]
동일성이 아니라 늘 홀로 헤매는 일이 나의 상상계다. 주제와 밀착이 어렵다는 사실을 고백하건대 무한과 유한의 경계성에서 나는 참혹함 그 자체일 뿐이다. 시의 노동이 언젠가는 한 몸으로 올 것을 희망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감성은 비어져 있다. 울음이 왜 없는가를, 수많은 사물에 휘말려 들면서도 절대라는 말을 지금껏 써보질 못했다. 바로 내가 혼돈이기 때문이다. 시를 울리지 않는 건 쉬웠다. 어쩌면 비정상적인 내가 나를 둘러메고 벼랑을 타는 일 그것은 아슬아슬한 외침이었다. 나로부터의 탈출 그러나 불러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죄스러운 건 독자들의 몫을 건드리지 않고 떠나왔다는 것이다. 시의 바깥을 돌다 보면 서로가 스며드는 그런 날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