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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111970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07-07
책 소개
목차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길 건너는 수녀·13
바늘 없는 저울·14
그리움조차 금지된 도시·16
사람을 잃었다·18
바보 물고기·19
푸른 낙엽·20
사랑 후기·22
떠난 빈자리·24
다한 인연·25
구걸하지 않는다·26
천일홍을 피우고·27
길이 끊어지다·28
물과 함께 노래를·30
장어구이·32
눈길·34
검은 봄색·36
제2부
누구나 길을 잃는다·39
길 떠나기·40
이별을 노래하다·41
물든 나뭇잎처럼·42
입춘제·44
가을비 젖는 풍경·45
봄날·46
별빛 허기·47
이별 독감·48
눈물 마른 눈물·50
불면을 안고·52
내게 남은 이름·53
적도제·54
댓바람 소리·56
안락의자·58
끝눈·59
연줄을 끊고·60
제3부
매미 허물·63
춤추는 두레박·64
상처 지우기·65
아픈 찰나·66
사랑도 그렇다·68
반성·69
친한 산길·70
손에 이슬을 받으며·71
다시 산에 들다·72
향기로운 맨발·73
내 사랑은 흘러간다·74
길 떠나는 국화·75
후회·76
내가 바람이 되어·77
눈사람·78
눈곱을 떼고·79
눈먼 사랑·80
제4부
철새 놀이·85
꽃샘 눈·86
새벽에 잠 깨어·87
바람 꼬리·88
빈 거리에 서서·89
눈길 발자국·90
에스프레소를 끊었다·91
봄맛·92
카페에 걸린 닭·93
참새만 한 것들이·94
등불 아래·96
매미 노래·97
천사 날개·98
주남저수지·99
물방울 속으로·100
계단 잠·102
산에 핀 꽃·104
광안리 겨울 바다·105
시인의 산문·107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숲이 얼마나 짙은 얼굴로 덮여 사는지
바다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파도가 얼마나 높은 물결로 출렁이고 있는지
사람 앞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표정을 바꾸는 생각으로 얼마나 자주 흔들리고 있는지
길 위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는 누구나 길을 잃는다
사람을 잃어본 길은 안다
걸어온 길은 사람을 잃지 않고 기억해주지만
사람은 길을 너무 많이 만들어
제 걸어온 길을 잃는다
―「누구나 길을 잃는다」 전문
언제 만나도 푸근한 미소를 머금은 강영환 시인의 표정은 저 경상남도 창녕 땅 관룡사 돌장승처럼 은은하고 천진하다. 하지만 슬쩍 엿보면 “숨 가쁜 관절”, “깊은 쓴맛”, “멍 자국” 따위를 내비치고 있음을 본다. 세상에 내적 고통이나 시달림 없이 어찌 시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 강영환 시인은 지금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모든 상처와 시련과 고통도 지그시 눌러 안으로 삭히고 그것을 누룩처럼 발효 시켜 향기롭고 맛깔스런 시로 빚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겨울비가 종일 추적추적 내리던 날, 창녕 길곡면 하내저수지 옆 시인의 처소를 찾아가 밤 깊도록 소곡주(素穀酒) 마시며 광대한 담론 펼쳤는데 그날도 시인 특유의 삶의 빛깔을 흠씬 느끼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그날 시인의 처소 앞마당에 심었던 능수동백이 새봄에 뿌리를 잘 내려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다._이동순(시인)
서정시의 진로는 사물의 정점을 포착하는 시와 여러 인자들 사이의 관계와 가치를 탐구하는 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강영환 시인의 시는 주로 후자에 주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해와 협력, 희생과 나눔의 공동체적 윤리가 넉넉하게 작동하고 있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아야 할 삶의 이유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반세기에 이르는 시간 동안 시인의 시적 탐구 대상은 주변부 이웃이었으며 그 이웃은 나이면서 너이며 과거와 현재이면서 함께 열어가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시인의 시는 이 과정에서 쉽게 변치 않을 삶의 작동 윤리를 구축하고자 하는 열망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산복도로 주민으로 줄기차게 그곳의 삶에 천착했던 시인의 시는 상실과 소외를 어루만지는 조용하고 따뜻한 실천이었다. 이번 시집에서는 넓고 큰 발품으로 자연과 일상과 사물의 여러 풍경들, 다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애잔한 내면의 편린들, 작고 사소하고 소외된 것들에 두루 눈길을 주고 있다. 그 조용한 응시로 세운 일관된 시의 탑은 이제 오랫동안 온기를 발산하며 세상을 밝히는 등불로 남게 될 것이다._최영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