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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9118613734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6-11-10
책 소개
목차
prologue
L. 봄, 우연히 봄
O. 여름, 멈추지 않는 소나기
V. 가을, 그리움이란 향기
E. 겨울, 또다시 봄을 기다리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에게 뿌리를 내리고,
봄날의 초목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단지, 그게 다였다.
봄은 없었다.
강선호, <완연한 봄> 중
+PARK KWANG SOO
100-1=0
그런 날이 있었다.
난 참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삶에서 당신을 빼고 나니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더라.
그때 당신이 내 삶의 전부인 걸 알았다.
* * *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너와 함께라서 기뻐…”
영화 <델마와 루이스> 중
+PARK KWANG SOO
우리 그럽시다. 늙어 눈이 어두워져 세상의 모든 것들이 희미해져도, 눈을 맞추며 사랑합시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삽시다.
우리 그럽시다. 늙어 다리에 힘이 없어 지팡이에 의지하며 세상을 걸어도, 하루에 한 번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읍시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평생 그러며 삽시다.
늙어 세상의 것 다 잊어버려도 우리가 사랑했다는, 우리가 사랑한다는 그 마음 잊지 말고 삽시다.
* *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가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중
+PARK KWANG SOO
200자 원고지 몇 칸에
‘이제 다 잊었다’라고 쓰니,
비워져있는 원고지의 네모 칸마다
당신이 고개를 드밀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당신이 고개 드밀지 못하게
비워져있는 원고지의
칸을 막는다.
* * *
네가 웃을 때면 내 중심은 움직인다.
그때의 나는 온전히 너를 위한 배경이고 싶다.
나는 가장 밝은 너를 위한 배경 정도면 된다.
김민준, <계절에서 기다릴게> 중
+PARK KWANG SOO
외국의 어느 뒷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에 둘이 앉아
이름도 처음, 모양도 처음인
음식을 시켰다.
용기 있는 내가 먼저 한 숟가락을
푹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간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나머지 하나가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맛이 어때? 어떤 느낌이야?”
난 대답한다.
“처음 먹어보는 맛.”
사랑이 그렇지.
그 오묘함을 말과 글로
상대방이 알 수 있게 정확히
설명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당신도 빠져서 허우적대봐야
겨우 알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