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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86502075
· 쪽수 : 357쪽
· 출판일 : 2015-05-29
책 소개
목차
제1부 죽음 의례, 기억의 형성
죽음의 연습으로서의 의례 / 이창익
초분과 씻김굿 속의 산 자와 죽은 자 / 조경만
두 개의 무덤, 하나의 시신 / 배관문
상여는 망자의 집 / 임현수
죽음 의례에서 옷의 상징성 / 구미래
제2부 죽음 이후, 기억의 전달
고대 한국인의 저승관과 지옥의 이해 / 나희라
서울 진오기굿의 죽음과 저승 인식 / 홍태한
제주 4·3 희생자 위령 의례의 국가화와 그 후 / 지영임
『삼국사기』에 나타난 고대 한국인의 사생관 / 정효운
정화, 신성함, 조상의 탄생 / 김진영
저자소개
책속에서
근대적인 인간 개념은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현재 우리는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의학이나 유전학 같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인간의 신체를 관리하여 죽음을 정복하려 한다. 이때 인간은 정신이 소거된 몸 덩어리로 전락하며, 오로지 몸의 건강, 질병의 치유, 노화의 방지만이 죽음의 극복 장치가 된다. 인간이 자신의 동물성 안에서 죽음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근대의학의 발명품인 식물인간(neomort)이나 코마 상태에 빠진 인간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 안에서 생산된 비인간이며 인간의 몸에서 분리된 동물이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본문 58쪽>
민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가는 저승은 현재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머물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수의는 몰론 한복 역시 ‘저승에서 입을 옷’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저승에서 사용할 노잣돈을 챙겨주거나 계절별로 한 벌씩의 옷을 태우는 행위 등을 통해 더욱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곧 유족들에게 있어 망자의 옷을 태우는 것은 무덤에 껴묻거리를 넣는 행위와 동일한 것이다. <본문 170쪽>
제주 4·3 관련 위령 의례가 국가유공자들을 중심으로 국가 의례와 종교 의례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1987년 이후 민주화의 진전으로 위령 대상과 위령 주체에 변화가 생겼다. 위령 대상은 군·경의 강경한 토벌에 희생된 1만 5천여 명의 4·3 희생자로 확대되었으며, 위령 주체는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유족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1993년 제주도의회의 제주 4·3 특별위원회 구성과 1995년 4·3피해조사보고서 1차 발간, 2000년 제정·공포된 제주 4·3 특별법,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의 발간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근간으로, 1987년 이후 양분되었던 추모제와 위령제가 1994년 합동위령제, 1998년 범도민위령제, 2000년에는 제주도의 주체로 위령 의례가 치러짐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본문 249쪽>
도를 듣는다는 것은 도를 안다는 것이고, 도를 알면 죽어도 좋다는 것은 도를 알면 죽음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유교에 내세관이 없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충실한 현생의 삶을 강조하는 사생관이 존재하였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한 ‘도’라는 목표가 죽음을 극복하는 사생관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면, 이를 ‘왕, 국가, 가족’ 등의 주변 관련 집단을 지키기 위한 ‘충(忠)’이나 ‘효(孝)’라는 목표로 대체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이러한 유교의 사생관은 전쟁이 빈번하였던 고대 한국에서 ‘충’이라는 국가적으로 요구되는 사상으로 변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본문 2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