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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334
· 쪽수 : 110쪽
· 출판일 : 2021-10-01
책 소개
목차
1부 은빛 초대장
달을 낳고 있네
한 통의 요구르트가 되고 싶어요
은빛 초대장을 받아주세요
겨울 판화
장밋빛 인생
가난한 꿈
시월의 강물
드라이플라워
소금 찜질방
통증을 읽는 밤
십자수
부산의료원 603호
달의 유희
봄 비
풍경
2부 사과 먹는 꿈
만삭
틈
고등어를 구우며
국수를 삶으며
사과 먹는 꿈
시목詩木 한 그루
봄의 1막
주산지에서
커피향기 아래서
강냉이 튀밥
은행알을 굽다
봄꿈이네
휘파람을 부세요
냄비와 국자의 전쟁
3부 고요한 안녕
산소에서
고요한 안녕
노을꽃
달이 뜬다
꿈꾸다
사과꽃 겨드랑이가 눈부시다
참꽃이 다졌다
풍선
병상 일지 1
병상일지2
우담바라꽃
채 송 화
쑥부쟁이
연꽃이 피려 한다
별이 되고 싶었네
4부 마침표가 모이면 생기가 돈다
아멜리에의 편지
만신
늦은 봄날
화분 속의 꿈
티벳 가는 길
자갈치 시장
그 숲에 가면
압곡사
공동묘지
산사에 서다
그믐달
선인장 호텔
마야미용실
과수원에서
함덕장 여관에 가다
해설 달빛 어리는 페르소나 / 박수빈(시인,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달을 낳고 있네
나는 이제 익어가기로 했네
익어가서 달을 낳기로 했네
비바람 휘몰아치는 어둠
그 자궁 속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꿈을 수천 번 넘게 꾸었네
너무 오래 싸늘히 식은
무른 밥그릇을 품고 있었네
노을 위에다 끓이는 밥의 허망함을 놓아주기로 했네
두 번 다시는 추락하지 않을
피눈물로 범벅된 탯줄을 부여잡고
있는 힘 다해 한 잎 한 잎 익어 가네
제문처럼 빳빳하기만 한
내 눈물덩이들도 씨방 속으로 들어가
단단한 한 톨 씨앗으로 여물 준비를 하네
어둠의 탯줄은
거미줄만 어지러운 내 자궁을
한 잎 꽃처럼 세상 밖으로 밀어내네
그래, 고통은 잘 익은 다음에 밀어내는 것이지
꽃잎처럼 밀어내는 것이지
한 여자가 잘 익은 달을 낳고 있네
고등어를 구우며
의성 오일장
멍석만 한 어물전까지 들어온
고등어 한 마리를
단돈 이천 원에 사 왔네
토란잎 술렁대는 수돗가에서
한 번도 아문 적 없는 바다의 배를 따서
왕소금처럼 부서지는
가을 햇살로 헹구어 내었네
수숫대 같은 땅거미 지고
가난으로 잘 달구어진 석쇠 위에다
고등어 한 마리 통째로 덥석 올렸네
지글지글 신나게 구워지는 바다
나의 내륙 어디 깊숙이 박혀
화석이 된 어떤 물고기도 조금씩 익어가네
염장처럼 녹아내리는 눈물을 받아 마셨네
구울수록 커지는 상처
국그릇에도 동동 뜨는 한 마리 바다
드라이플라워
밖은 이미 겨울이다
나의 계절은 부러진 화살
과녁을 향해 더 이상 날아가지 않는다
벌판에 선 내 귀가 시리다
언젠가 안테나처럼 멋지게 솟아있던 귀
귀를 달면 어떡하니 얘야
나는 내 귀를 잘라버렸다
향기가 잘려 나갈 때마다
내가 낳은 종이꽃은 바닷소리를 낳았다
이 서걱거리는 품에서 몇 명이나 눈을 감았을까
미처 감지 못한 눈알들
밤이면 광채가 나서 눈이 부시다
더는 아무도 울지 않는다
드라이플라워처럼 벽에 바싹 매달려 있는
바삭거리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