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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47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8-08-23
목차
제1부
당신이 잠시 바늘에 머물 때 012
3 014
폐가 016
칸칸의 기억 018
지구의 실록 020
수맥水脈 022
폭염 024
늪은 멸종되지 않는다 026
미모사 028
여섯 번째 난쟁이 030
코의 기록 032
사이를 지나며 034
찌 036
모자이크 038
제2부
말이 달아났다 040
땅따먹기 042
고드름 044
고무줄놀이 046
고리 048
날인捺印 050
개펄문짝 052
투포환 054
지구는 말이 없다 056
잠자리 058
아령論 060
카스 혹은 돔페리뇽 062
벚꽃 논두렁 063
어떤 결의 064
제3부
낙서 066
샤워를 할 때 068
나무인간 069
이상한 독서 070
압화壓畵 072
눈을 뜬 밤나무 074
땅콩 밭 076
기원을 누르다 078
달을 보고 짖다 080
즐거운 우울 082
기생寄生 084
어린 몸에 늙은 얼굴 086
새고 있어 088
데칼코마니 090
제4부
기울어진 가계 092
경매사 094
어두운 아기 096
어떤 소음 098
방울새 100
머구리 102
숲 104
뒤주 이야기 106
햇빛 가두리 양식장 108
국경을 지나왔다 110
연등에 갇히다 112
불면 114
무지개를 사랑한 사람들 116
해설
성찰하는 존재의 서정과 실존의 내성(耐性)| 유종인 118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자이크
쨍하는 소리와 함께 앞집 유리창이 깨졌다 얼음판을 돌로 친 것처럼 어느 일성이 내놓은 모자이크, 여전히 붙어 있는 파편들은 찡그린 얼굴 같다
작은 구멍이 난 곳을 정점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간 사나운 선들 그 앞을 누군가 서성거리고 창밖의 사철나무 한 그루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 서 있다
살얼음이 낀 12월의 안쪽은 왠지 범죄 냄새가 난다 조각 난 얼굴 위로 가끔 변검을 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모자이크 속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깨어진 균열의 힘으로 버티고 서 있는 집, 깊숙한 구석까지는 채 다다르지 못한 금
깨진 햇빛 조각 하나가 섞여 있는 창문
문을 꽝, 닫으며 뛰쳐나가는 여자 뒤로 은행나무 마른 가지들이 뿌연 하늘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말이 달아났다
돌아갈 수 없다면 그곳이 낙원인지 모른다
고물상에 끌려와 리어카에 묶여 있던 말들, 소리와 형상은 달아나고 달아나지 못한 기억들만 녹슨 스프링 위를 달리고 있다
스피커 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면 집집마다 치맛자락을 끌고 나오던 어린 눈동자들, 저마다 리어카 위 말에 올라탈 순서를 기다리곤 했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타고 달리던 미국 영국 프랑스는 아직도 멀었는데 노래는 너무 짧아 달려도 늘 제자리이던,
따각따각 말발굽 소리도 없이 나는 떠나왔구나
말들은 제 등에서 달리던 아이들의 무게와 함박웃음과 혹은 도달할 수 없는 지명을 기억하고 있을까
어느새 말들은 달아나고
말 위의 시간들을 타고 너무 멀리 달려왔다는 생각
녹슬어가는 기억들이 건초처럼 쌓여 있는 마구간, 고삐도 없이 빈 잔등으로 서 있는 시간들은 여전히 되새김질에 열중이다
기억으로부터 나는 지금 시속 몇 킬로의 속도로 달아나고 있는 중일까
발 없는 말을 타고서야 나는 낙원이 발잔등 위를 스쳐 갔다는 걸 알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