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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716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0-09-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오로라
음악의 순간
긴장성 두통
마트로시카 인형
양배추김치
붉은 꽃 속에 초록 거미
시 한 접시 샐러드 한 접시
사람과 사람 사이
기교를 더하면
모항에서, 일몰
노화
도시 속에서 늙어가기
자화상에 대한 묵상
십자가 위에 장미
종착역 부
제2부
파동 1
파동 2
파동 3
파동 4
파동 5
파동 6
파동 7
파동 8
파동 9
파동 10
파동 11
파동 12
파동 13
파동 14
파동 15
파동 16
제3부
기도의 순간 1
기도의 순간 2
기도의 순간 3
기도의 순간 4
기도의 순간 5
기도의 순강 6
기도의 순간 7
기도의 순간 8
기도의 순간 9
기도의 순간 10
기도의 순간 11
기도의 순간 12
기도의 순간 13
기도의 순간 14
기도의 순간 15
기도의 순간 16
기도의 순간 17
제4부
낡은 문
풀잎 군무
발포 비타민
이런 자유
물신은 광고를 좋아한다
나무가 되어가는 길
진흙 같은 시간
집을 지을 수 없는 곳
시간을 밟고 가다
길가에 새둥지
평생 시를 쓴다는 것은
問과 荅 1
問과 荅 2
다시, 음악의 순간
젊은 오동나무 친구여
해설
파동 치는 혼의 내성적 기록│조창환
저자소개
책속에서
십자가 위에 장미
그리스 메테오라 공중 수도원에서 사 온
둥근 계피로 만든 작은 십자가
진홍색 연분홍색 조그만 조화 장미가
송글송글 맺혀 있어
식탁 옆 하얀 벽에서는
장미꽃 닫혔다 열리는 떨림이 간혹 느껴지고
5월 장미 동산에서도 맡지 못한 향기 속에
무겁게 매달려 있는 풀지 못한 문제에서
뚝뚝 비어져 나오는 고뇌가 껍질을 찢는
장밋빛 피 내음이 번지기도 한다
절벽에 간신히 발을 디딘 공중 수도원에서
밧줄에 의지해 오르내리던 수도사들은
절연과 접속을 반복하며, 살아서
인간을 벗어버릴 수 있음에 도전한 것일까
수직의 암벽 저 아래 저녁이 되면
불빛이 따뜻한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니다 아니다 저곳은 아니다
혹은 한걸음 더 오르리 오르리를 다짐했을까
치솟은 수직의 바위에서 보낸
한 생애의 흔적이
희게 바랜 유골들로 남아있는 그들도
죽어서야 인간을 벗어버렸겠지
작은 계피 십자가 위 조화 장미
유치한 듯 장엄한 듯
그러나 무슨 차이인가
십자가를 목에 걸든 등에 지든
십자가 없는 삶은 없을 테니
말없이 바라보곤 한다
밤이 깊어지자 짙은 어둠 속에
바위는 안 보이고 까마득한 높이
수도원의 불빛만 별빛처럼 아득한
메테오라 공중 수도원
오스만 터키의 침공 때엔
아무도 오르지 못하는 피난처였다는데
수도사들은 공중마저도 벗어나고자 했으리라
파동 1
봄의 꽃들은 눈의 작은 창을 열고 들어온다
빛에 녹은 색과 향기는
눈썹 같은 꼬리 달린 물고기가 되어
불빛 잔잔한 회랑을 헤엄쳐간다
물결치듯 바위에 물 흐르듯
그들을 알고 있는 돌들이 있어
화들짝 불꽃 터지는 순간도 있어
향기가 타오를 법도 하건만
이미 세상의 이름을 버린 가벼움으로
한 점 한 점 저 끝의 꿈결 같은 문을 열고
날아가리, 눈의 작은 창을 열고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 그 순간
여기저기 봄의 꽃들이 지고 있다
기도의 순간 2
기와 얹은 담장에
담쟁이 붉은 잎
낡은 기와에 오랫동안 발붙이고 산
담쟁이 단풍 든 잎의 자연 한 폭
길을 건너 산의 오르막길을 걷는다
빈 산의 주인이 된 듯
마음속엔 긴 세월 둘러친
바람 같은 담장 있다
사람 세상에선 치워도 다시 찾아오는
담장, 오랫동안 공생하는 푸른 이끼 속에서
뒤늦게 생각이 드는 오해와 어리석음
그랬었구나, 바람 일어 담장이 나부낀다
담장 밖에 치워놓았던 탓
누르스름 계절을 타는 이끼 속에 숨어있던 것
늙어서야 보이니 이것도 자연 한 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