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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41410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16-02-01
책 소개
목차
1부
소용돌이 1
소용돌이 2
아프리카 가자미
다리 위에서
구두 밑창
망문
생강차
한계령 안개
여울목
빈 지게
먼 바다로
우문현답
강가에 앉아
시간 밖에서 며칠간
빛 화살
그 소리 받아
2부
양파가 썩다
태풍 볼라벤
먼스터 이야기
삶의 의미
기도에 대하여
拔齒
隕石 1
隕石 2
흰매 부부
아버지 생각
풍경 한 폭
밑 빠진 독
흐르는 거울
바람 센 봄날
봄날에 꿈꾸다
4월의 비
3부
비 오는 날
새벽 빗소리
고요의 힘
낙엽, 붉음 속으로
가을날에 눈물겹다
11월
은행나무 다문 입들
입동 무렵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꽃
눈동자 호수
잊고 있었네
봄나들이, 양수리
빗속에 숲을 걷다
여름, 강원도
4부
벌레들
하얀 접시
in and out
코다리
일상, 비포장도로
경험담
늙은 제라늄
흰 가루 병
능소화
저물녘, 무심하게
치약
시가 부질없는 날엔
아무 일 도 안 일어나네
말의 고삐
안전거리
친구 생각
불꽃 축제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요의 힘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내달리는
근육질의 등짝 같은 산맥을 연모하는
차가운 바다는 너무도 절절하여
산은 뭉텅뭉텅 죽음처럼 끊어진다
섬 섬 절벽 피오르드 푸른 핏줄
아득히 솟은 바위의 단칼에 베인 자국
사람의 오감으로는 닿기 버거워
뭉크의 절규만큼이나 막막한 고요다
북위 60도를 넘어
세상은 드디어 조용해지고
사람의 혀는 빙하를 말할 수 없다
무엇이 무엇에게로 흘러서
저토록 깎고 끊어내고 녹일 수 있을까
거대한 산맥 나뉘고 나뉘어
서로를 바라보게 할 수 있을까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물가에 매어놓은 작은 배 한 척
제 비늘 털어내느라
잔물결 섬과 섬 사이로
수백만 년 녹아 흐르는
에메랄드빛 열정을 타고 번진다
닻줄 풀고 싶은 행인
거대한 고요를 마신다
비 오는 날
오늘 내리는 비는
가을 중간쯤을 적시는 비
감나무도 모과나무도 아직 푸르고
그들의 열매도 아직 푸른 기 많아
밤의 찬 이슬이나 몇 차례 찬비를
거역할 수 없이 맞아야 하리
시간이 몹시도 툴툴대며 서성거린다
함부로 그린 소용돌이처럼 뒤섞이는
생각들의 줄기를 잡으려니
덜 익은 채 몇 해를 넘긴 열매들
죽은 채 뒤엉킨 뿌리들이 딸려 나온다
쏟아낸 말들이 거친 돌멩이로
흙에 엉겨 붙어 있어
풀어줄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거리의 바닥을 때리는 비는
창문을 훑어 내리는 비는
황무지 같은 생각의 벌판을 적시고
비뚜름하게 기대선 나무들의 숲을 뒤흔든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언제부터 중심은 의심을 받았는가
중심이 여럿이라고도 하고
중심이 필요 없다고도 하고
뒤섞여 나아가야 한다고도 하고
유목의 시대라고도 하고
흐르는 세상이라고도 한다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수렁은 더 깊어지는 세상살이에
한참을 걸어왔는가
빗소리가 정수리를 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