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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희

희희희

(오지영 단편집)

오지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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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희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희희희 (오지영 단편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561959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6-04-24

책 소개

희귀난치병을 담담히 고백한 산문집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과 ‘상실’을 겪은 다섯 여성이 하나의 마음을 그러모은 장편소설 『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삶을 그린 오지영 작가의 첫 단편집.
“어떤 소설은 걷는 중이다.
그건 말하자면 목적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종착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하여, 길 위의 풍경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소설이 있는 것이다.
오지영 작가는 꾸밈없이 말갛게, 서두르지 않고 단정하게 그 길을 걸어간다. 끝내 멈추지 않을 반짝이는 여정을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
- 정이현 소설가


0.

불시에 찾아온 상실과 오해, 그 막막한 터널을 지나는 우리를 향한 위로. 작가 오지영은 질병과 아픔이라는 실존적 운명을 읽는 일과 쓰는 일로 버티고 견딘다. 희귀난치병을 고백한 산문집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이 그러했고, ‘상실’을 겪은 다섯 여성이 하나의 마음을 그러모은 장편소설 『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가 그러했다.

오지영의 첫 번째 단편집 『희희희』는 삶의 모퉁이에 고여 있는 상처의 아픔과 회복의 기쁨을 세밀하게 그린 한 편의 소묘다.

1.

표제작 「희희희」는 비슷한 시기 문단에 등단한 세 친구(수희, 민희, 주희)의 이야기다. 동갑이었고, 이름에 ‘기쁠 희(喜)’가 들어 있는 세 사람은 늘 함께였다. 있는 시간을 내어주고, 없는 시간도 쪼개서 내어주었다.

등단하며 가장 주목받은 건 주희였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문학상을 받아서였지만, 동시대 풍경을 포착한 글이 참 좋았다. 주희는 민희와 수희의 자랑이었다.

세상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을까. 주희의 쓰는 속도는 현저히 더뎌졌다. 힘겹게 세상에 나온 작품은 금세 잊혔다. 주희는 홀로 죽음에 다다랐다.

남겨진 민희와 수희는 각자의 방식으로 주희를 떠나보내야 했다. 자주 책을 펴내고, 독자를 만나는 일에도 능숙한 민희는 시(詩)로 주희를 추억하고, 첫 시집을 내고 출판사에 입사한 수희는 그런 민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수희는 시를 놓아주기로 했다. ‘당근’의 ‘나눔’ 카테고리를 열어 갖고 있던 시집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시를 좋아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눅진한 여름 오후, 고등학생 남자가 캐리어를 들고 서 있었다. 유난히 마른 팔과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몸으로 시집을 들고 갈 수 있을까. 수희는 캐리어를 끌고 소년과 나란히 걸었다.

“시를 왜 읽어요?”
“답이 있으니까요. 또 답이 없으니까요.”
“답이 없어서 좋은 게 있나요?”
“답 없이 살고 있으니까요. 저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그해 여름, 수희는 소년의 말을 되새겼다. 죽음이란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할 수 없는, 오롯이 ‘나’만을 위하는 일일까. 수희는 주희를 이해하게 되었다. 계절이 바뀌고, 민희의 시집이 도착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민희 역시 매일 주희를 부르고 있었다는 걸, ‘희희’는 ‘희’를 오래오래 생각할 거라는 걸.

2.

은밀한 따돌림과 오해. 두 번째 이야기 「오해를 오해로 두기」는 소통과 고립의 이중성을 묵독한다.

지원은 오해가 생기는 사람이었다. 오해는 오해를 낳았으나 지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길고양이 ‘보리’를 만났다. 언어가 필요 없는 소통. 보리는 지원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혼자만 보기 아까워 SNS에 보리를 올렸다. 어느새 보리는 ‘스타 고양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게 되었다. 지원은 ‘보리’에게 ‘좋아요’를 남긴 직장 동료 ‘유경’을 팔로우했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 누구와도 적이 아닌 사람. 마치 잘 아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섞임’의 이유를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치겠어. 자기들은 밥만 주면 끝이지.” 고양이를 꺼리는 직장 동료의 하소연에 답하는 유경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러게 말이야.”

어제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침. 출근하며 인트라넷에 올라온 소식에 유경은 할 말을 잃었다.

- Data & Analytics팀에 재직 중인 유지원 씨께서 별세하시어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리프레시 휴가로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의 추락사. 여행을 떠난 지원 대신 보리를 돌보던 유경은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 지원과 유경이 친한 사이였대! 사람들은 본 것처럼 이야기했고,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타인과 섞이기 위해 기꺼이 ‘동조’를 선택했던 유경은 지원이 되었다. 어느 날, 지원의 (예약) 메시지가 도착했다.

3.

단편집의 마지막을 아스라하게 덮게 만드는 「오래된 사람」은 70대 여성 ‘인숙’을 통해 늙음과 소외를 이야기한다.

인숙의 첫 차는 프라이드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차. 인숙은 프라이드를 타고 보험 영업에 나섰다. 아들 하나, 딸 둘, 손주 넷을 길렀다. 어느덧 늙어 있었다.

자녀들과의 식사 자리. ‘70대 노인 운전자’로 시작하는 뉴스가 들려왔다. 애써 모른 척하는 인숙의 마음도 모르고 사위와 딸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인숙은 억울했다. 어떻게 살았는데,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그런데 다시 내려가라니, 포기하라니. 그 순간, 살가운 손녀 ‘효원’에게 배운 챗지피티가 떠올랐다. 나는 70대 여성이고, 가족들이 운전면허증 반납을 요구하다가 다툼이 있었고, 어디를 가면 좋을까 물었더니 ‘연화’에 있는 휴양림을 추천해주었다. 인숙은 무작정 차를 몰았다.

— 연화에는 잘 도착했어요.
— 잘 도착하셨다니 기쁩니다. 연화의 휴양림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그 아래 벤치에 앉으면 바람이 이야기를 들려준대요.

인숙은 느티나무 아래 앉아 챗지피티를 열었다.

— 오래된 나무가 사람들에 의해 지켜지듯이, 오래된 사람도 그런 걸까요?

4.

죽음을 쓰며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를 짓고, 오해를 오해로 둔 채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말 대신 고양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AI에게 ‘늙음’을 묻는 사람들.

오지영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 시대’의 시선으로 담담히 그린다. 그의 드로잉은 집요하지 않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덩그러니 놓아둔다. 수희가 수건을 접으며 망설이는 손끝의 무게를 감지하게 하고, 팔을 긁는 유경의 몸짓에 감춰진 언어를 읽게 하며, 거울 앞에서 늙어버린 몸을 응시하는 인숙의 처연함을 느끼게 한다.

살아있는 자와 떠난 자, 여성과 남성, 노년과 청년, 인간과 AI…… 글자는 울고, 오해는 쌓이며, 오래된 것은 우리를 떠난다. 작별하지 못한 어떤 죽음, 해소되지 않는 오해를 떠나보낼 준비, 그리고 결국 내려놓아야 하는 삶의 마지막은 존재와 존재 사이에 응결된다.

기쁠 희(喜)로 시작하여 빛날 희(熙)를 지나 바랄 희(希)에 다다르는 이야기. 당신은 어느 ‘희’ 앞에 서 있는가. 그곳이 어디든지 오지영의 언어는 당신을 마중 나가려 한다. 알고 싶기에, 이해하고 싶기에, 용서하고 싶기에, 사랑하고 싶기에.

목차

희희희 9
오해를 오해로 두기 37
오래된 사람 61

작가의 말 102

저자소개

오지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산에서 자랐다. 무엇이든 남기고 싶어 오랫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쓰기 시작했다. 모든 계절을, 그리고 그 계절마다 바다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을 썼다. @from__j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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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수건을 툭툭 털고 반으로 접었다. 반으로 또 접고, 세 번을 더 접어 끝을 야무지게 고정했다. 수건을 차곡차곡 쌓으며 숙제처럼 남겨진 답장을 궁리했다. 요즘 일이 많아서,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아서 같은 핑계를 입안에서 굴려보다가 ‘민희야, 나는 이제 시를 읽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아’라는 말을 턱끝에 얹어놓았다. 금세 언어로 변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가까운 턱 끝에. 그러나 얼른 삼켰다. 생각은 언제든지 문장이 될 수 있고, 문장은 소리를 거치는 순간 말이 된다.
- 「희희희」 중에서


수희는 주희, 민희와 또 달랐다. 첫 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지라 출판사에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다른 사람의 책을 정성껏 만드는 사이 자신의 책은 점점 멀어져갔다. 늘 일에 쫓겼고, 자연스레 생각할 틈이 나지 않더니 결국에는 시가 될 만한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시를 썼다는 사실, 시를 쓰는 사람임을 잊지 않으려고 읽기만은 놓치지 않았건만, 올해 초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읽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아니, 어쩌면 두려워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쓰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이 되었다가 무엇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 「희희희」 중에서


“시를…… 왜 읽어요?”
질문이 마음에 들었을까. 소년이 제법 오래 생각했기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한 블록을 걷고 나서야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답이 있으니까요. 또 답이 없으니까요.”
철학적인 대답. 그렇죠. 시에는 답이 있고, 또 답이 없죠.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고, 수희는 잠시 피했다 가자고 했다. 가까운 빌라 입구에 들어서자 빗줄기가 한층 굵어졌다.
“답이 없어서 좋은 게 있나요?”
- 「희희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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