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6590164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6-11-15
책 소개
목차
2. 실낙원
3. 추락
4. 수복하는 자
5. 공주의 세계, 반복
6. 하늘의 대공
7. 진주와 진흙
8. 약속
9. 양의 길
10. 묶는 나무
11. 고발
12. 청혼
에필로그. 좁은 길
번외편. 단꿈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진흙 속에 숨은 보석을 찾으러 왔어.”
야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답답한 기색이었다.
“세상의 모든 악당들이 공주님의 보석인가요?”
야빈이 거의 따지듯 물었지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닦아도 빛나지 않는다면 그건 자갈이야. 하지만 닦았을 때 빛난다면, 그건 아무리 깊이 파묻혀 있어도 보석인 거야.”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잘 속는다. 그것이 전부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는 본질을 확인할 수 없다. 진짜 빛나는 건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할 거야. 하지만 그 의미에 모두가 화답하지는 않겠지. 그럼에도 네가 할 일은, 내가 그들에게 부여한 의미를 인정하는 거야.”
_「약속」 중에서
3년 전, 기달티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타인의 소중한 사람을 죽인 대가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으로 뼈저리게 갚았다. 그 응징이 더 쓰라린 까닭은, 그 참사가 스스로의 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죽였다. 이제껏 기르고 가르친 아이들을 죽였다. 주민들도, 적도, 피아 구분할 것 없이 모조리 죽였다. 정신을 차린 지금, 기달티는 그 일을 감당할 수 없어 또다시 말라 가고 있다. 자신을 혐오하면서, 자괴감에 빠져서.
기달티처럼 자신의 죄에 초연해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무엇보다도 바라는 일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죄의 무게를 똑똑히 깨닫길 원한다. 그것이 얼마나 검고 붉은지, 그것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를 알기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사람들이 그 죄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낱낱이 알되 묶이지 않으며 사무치게 깨닫되 함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 마치 곡예 같다고 불평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회복이니까.
_「양의 길」 중에서
“나는 인간이 싫습니다. 정말 지독하게도 싫습니다.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이라는 게 신물이 납니다. 이런 인간을 대체 어떻게 사랑하라는 겁니까?”
자이트의 두 눈은 불길처럼 일렁였다. 광기와 분노가 담긴 그 눈은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의 온도에 타들어 가는 그에게 조용히 답했다.
“사랑은 사랑할 만한 자에게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랑을 곡해하는 자들은 그렇게 오해한다. 아름다워야, 착해야, 능력이 많아야, 언변이 좋고 재력이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런 자들만 사랑받을 만하다고. 아, 이 얼마나 사랑을 우습게 여기는 말인가.
“마음에 든 것을 좋아하는 건 누구나 해요.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은 내 안에 있는 것을 주는 거예요.”
그렇다, 사랑은 내 안에 채워진 것을 가난한 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도무지 사랑할 만한 자가 세상에 없다고 슬퍼할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베풀 만한 사랑이 없음을 슬퍼해야 한다.
_「묶는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