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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619056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7-01-17
책 소개
목차
* 의뢰인
* 9.11
* 그림자 부부
-2001년 9월 11일 1st
* 너무 친한 친구들
-2001년 9월 11일 2nd
* 흔적을 찾는 남자, 흔적을 지우는 여자
-2001년 9월 11일 3rd
-2001년 9월 11일 4th
* 내가 아는 여자
* 사랑! 그 지긋지긋한 아이러니
*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때가 몇 시쯤 됐을까요?"
"일부러 저녁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려고 했으니까 아침 일곱시에서 여덟시 사이였을 거예요. 뉴욕은 저녁 일곱시 정도 됐었겠죠?"
"지금도 미국 쪽과 일을 하시나요?"
"네. 북미와 유럽 쪽 사람들을 만나긴 합니다. 출장은 아주 가끔 가죠."
형사는 십삼 년 전 일을 참 자세히도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케이 씨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누구죠?"
여자는 의자에서 등을 떼어낸 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사슴같이 긴 속 눈썹, 일부러 조각이라도 한 것 같은 둥근 서클에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 여자의 커다란 눈이 잔잔한 호수같이 너울거렸다.
"제이라는 분입니다."
남자는 수첩을 덮었다.
"제 남편이라고요? 저한테는 그런 말 없었는데… 정말이죠?"
"실례 많았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시겠지만 서에서도 이런 사건은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이미 종결된 사건이고 워낙 엄청난 사건이었으니 말이죠. 재수사가 아니라 형식적인 자료수집이니 부담을 안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의뢰인
희선씨는 언니 명의로 된 카드를 썼더군요. 혹시나 해서 건물구조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상식과는 조금 다르게 되어 있었는데, 401호는 특실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방의 두 배 정도 크기더라고요. 402호와 403호의 문은 붙어 있었습니다. 문이 붙어 있다는 건 구조가 대칭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402호의 화장실이 왼쪽에 있으면 403호의 화장실은 오른쪽에 있는 거고, 침대와 침대 사이에는 벽 하나만 존재 하는 거죠, 404호와 405호도 똑같은 구조였습니다.
"이런 미친!"
붉으락푸르락해진 제이의 얼굴이 거친 단어와 잘 어울렸다. 형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형사의 모습도 흔들리고, 불빛도 흔들렸다.
오금을 접고 앉아 두 팔로 두 다리를 잡고 무릎에 고개를 파묻은 희선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다 제이가 눈을 감자 여자는 고개를 들고 제이를 쳐다봤다. 슬프게 보이던 눈망울은 갑자기 흰자를 보이며 뒤집혔고. 곧이어 검붉은 피눈물이 굵게 두 줄기를 이뤘다. 제이는 눈을 다시 뜨려고 해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너무 친한 친구들
허탈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이는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여기서 끝냈으면 했다. 다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것이다. 시간을 잃어버리면 다시는 보상 받을 수 없다. 무엇을 잘못 했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긋난 건지…
아주 가끔씩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들이, 빗물을 훑고 멀리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남녀와 또 다른 한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흐느끼는 소리만 적막을 질투할 뿐. 바퀴에 감기는 빗물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환한 빛과 함께 다가왔다. 그녀 뒤에서 빛과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누군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누구일까? 반드시 이렇게 잔혹하게 끝내야하는 것인가? 지금에 와서 아름다웠던 추억을 땅에 묻어버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에 잡힐 만큼 시커멓고 거대한 괴물이 돌진해왔다. 강렬한 헤드라이트 빛 때문에 운전자의 형체가 검은 그림자로 보였다. 기억이 모든 것을 잡아먹었다. 케이, 그녀의 이름을 빼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후로…
-흔적을 찾는 남자, 흔적을 지우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