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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644713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8-12-20
책 소개
목차
내손을 잡아줘
그 남자의 칼
블랙러시안
한 파
엄마의 쌀통
세 잎 클로버
불의 기억
당신의 얼룩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나는 날마다 잘라내도 끝없이 밀려오는 거대한 물이라고 생각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 턱수염을 날마다 정갈하게 자르는 것처럼, 삶의 목표가 깊은 물 속에서 읽어낼 수 없도록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중심을 잃은 심연의 무게를 견디려고 수없이 칼로 쳐보지만 가차 없이 헛수고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이다. 칼로 물을 치는 것은 헛된 수고로움인데도 나는 이 기막힌 모순에 매달려 살아간다. 더군다나 살아간다는 것은 칼로 베어지는 게 아닌데도. 그 삶의 무게는 악랄하면서도 서슬 시퍼런 영원의 칼이기도 하다. 칼이란 놈은 나를 찌르고자 한다면 기꺼이 찌를 수 있고 가해자로서 피 냄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용광로에서 제 몸을 달궈 강철로 다시 태어난 뒤에도 뻔뻔한 가해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남자의 칼」
이타를 가장한 인연이 나를 향하여 검은 그림자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남편은 차분하면서 할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 첫인상이 강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에게 좋아지는 이유는 무슨 힘일까. 내가 이기적이긴 하지만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게 다행이다. 그리고 남편은 좋은 술처럼 깊은 맛이 있으며 내게 없는 진중한 면을 보여주었다. 남편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고, 나를 위해 화방 정문에서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내 속을 쉽게 보여주지 않아 남편과 아직은 어색하지만 능숙한 나의 처세를 발휘하면 적당히 남편의 마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연수 씨를 제쳐두고 남편에게 마음이 돌아섰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들어갔다. -「블랙러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