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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644898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9-07-23
책 소개
목차
모리화
언약궤
찔레꽃 필 무렵
만복이
산 당
사랑열차
쑥부쟁이 언덕
윤리학 강의
이국의 북극성
금강초롱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더 걸어 들어가다가 미연이는 소스라쳐 발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온 마을이 환해질 정도로 활짝 핀 당산나무만한 봉황수 꽃이 미연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봉황화는 분명히 미연이가 보고 손뼉을 치고 좋아했던 꽃이다. 타이완은 유별나게 꽃을 피우는 나무가 많다. 그 중 봉황수는 거대한 고목나무에 하늘 가득히 흐드러지게 황금빛 꽃을 피우는 나무이다. 봉황화는 미연이를 보며 춤을 추자는 듯 미풍에 가벼운 스텝을 밟고 있었다. 미연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웬일인가. 어디서 조용히 노랫소리가 들린다.
하오이뚜오 메이리디 모리화
하오이뚜오 메이리디 모리화
펀팡……(「모리화」 중에서)
전경 세 사람이 두 명의 빨치산을 잡아 오고 있었다. 착검 된 전경의 엠완 소총이 바로 빨치산의 등을 겨누며 걸어오고 있었다. 앞에 걷고 있는 두 명의 빨치산 중, 한 명은 상관인 듯 나이가 들어 보였고 한 명은 부하인 듯싶었다. 부하인 듯한 어린 병사는 겁에 질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런데 상관인 듯싶은 사람은 덩치도 더 크고 도리우치를 썼는데 늠름하기가 태산과 같았다. 우리 앞을 지날 때는 얼굴에 엷은 미소까지 띠면서 가벼운 목례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앗!” 하는 소리가 그만 입 밖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전교생이 모두 나를 보았고 선생님들도 나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 빨치산 상관이란 사람은 바로 아버지가 아닌가.
“아버지!”(「찔레꽃 필 무렵」 중에서)
종만이는 부모라도 만난 듯,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산신령님이 자기를 아직도 인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모든 원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종만이가 수련하는 정진법 중에서 가장 신나는 것이 바로 산신령님이 자기의 뺨을 때려준 것이다. 그는 오른쪽 뺨을 맞고 왼쪽으로 끝없이 걸어간다. 다시 왼쪽 뺨을 맞고 오른쪽으로 한없이 걸어간다. 이마를 치면 뒤로, 뒤통수를 치면 앞으로 가는 것이다.(「산 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