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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 (지은이), 김춘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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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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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거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73324345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6-01-15

책 소개

마쓰이에 마사시의 유일한 청춘소설. 학교를 떠난 열여덟 살 소년이 여름 한 철 재즈카페에서 머물며 스스로를 회복해 간다.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시간 속에서 어른이 된다는 감각을 조용히 그려낸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의 유일한 청춘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데뷔 이래, 고요하고 정밀한 필치로 풍요로운 세계를 선보여온 마쓰이에 마사시. 이번에는 청춘소설 《거품》으로 한국 독자를 찾는다. 《가라앉는 프랜시스》《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등 삶의 균열과 회복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가 처음으로 열여덟 살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며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소년 ‘가오루’는 억압적인 학교와 집을 떠나 여름 한 철 동안 조금은 별난 어른인 작은할아버지네에 가서 머문다. 그가 운영하는 재즈카페 일을 도우며 보내는 시간은, 소년에게 처음으로 목적도 규칙도 없는 하루를 허락한다. 외국어에 능하고 러시아에도 다녀온 작은할아버지, 매사 민첩하고 요리 솜씨가 좋은 재즈카페 직원 ‘오카다’……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과 달리 무엇 하나 강요하지 않는 어른들과의 교류 속에서 가오루는 어쩐지 보듬어지는 듯한 격려를 받는다.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무위의 시간이 느슨하게 쌓이는 재즈카페. 그곳에서 가오루는 어렴풋하게 자신의 윤곽을 찾아간다. 거품처럼 가볍고 아슬아슬한 생의 감각 안에서 소년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더듬는다.

“돌아보면 중ˑ고등학교 때 제법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살아간다는 것이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일인 듯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회사에 들어가자, 지나칠 만큼 적응해선
무턱대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어째서 학교가 그렇게 싫었을까요?
선명한 답을 찾지 못한 채 과거의 시간을 그냥 덮어두었는데요,
이번 소설은 그런 과거의 나 자신과 마주하면서 썼습니다.”
_마쓰이에 마사시(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기댈 곳 없는 세상에서 언제 터질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채
거품처럼 부유하는 열여덟 살 소년의 눈부신 미완의 계절

“세상과 쉬이 타협하지 못한 모든 소년소녀에게 바치는 소설입니다.”
_마쓰이에 마사시(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과잉된 공기 속에서 노골적인 폭력이 방치되는 남자 고등학교. 그곳에 끝내 정을 붙이지 못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소년 ‘가오루’. 그는 여름 한 철, 자유인처럼 보이는 작은할아버지네에 머물기로 한다. 신소리도 곧잘 하는 명랑한 어른 작은할아버지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서 재즈카페를 하며 살아간다.
가오루는 재즈카페 일을 도우며 처음으로 집과 학교 바깥에서 어른들과 관계를 맺는다. 말수가 적은 멋진 청년 ‘오카다’를 비롯해 묻지도 다그치지도 않는 사람들 곁에서 소년은 지금껏 허락되지 않던 시간을 살아본다. 닮고 싶은 어른을 발견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자각하는 사이, 가오루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감각에 다가선다.

“파도가 밀려간 뒤의 잠깐 사이의 고요가 가오루를 뒤덮었다.
모래사장에 바닷물이 빨려 들어갈 때 작은 거품이 부글부글
하고 터지면서 사라진다. 작은 소리가 들린다.
나도 이 거품처럼 언젠가는 사라진다 -
그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거품》은 성장과 구원의 드라마를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 한 인간이 스스로 회복해가는 과정을 정밀한 언어로 포착한다. 이 소설에서 여름은 질풍과 노도의 계절인 동시에 통과의례이자 유예의 시간이다. 소년을 단련하거나 완성시키기보다,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조용히 곁에 머물러주는 듯하다. 장년의 ‘가네사다’, 청년 ‘오카다’ 그리고 열여덟의 ‘가오루’, 세대를 달리하는 세 인물이 유지하는 절제된 거리감과 조용한 연대는 마쓰이에 마사시 특유의 온후한 세계를 그려내며 독자를 깊이 끌어들인다. 《거품》은 작가의 말처럼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못했던 모든 이를 위한 가장 조용하고 다정한 청춘 성장소설이다.

※ 주요 등장인물 소개

◎ 가오루
“어떻게 하면 오카다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 열여덟 살. 고2에 올라가면서 등교 거부 선언을 했다.
긴장하면 공기를 과하게 들이마시는 습관 탓에 속이 늘 불편하고 방귀 걱정을 안고 산다.

◎ 가네사다
“손님은, 오면 올수록 고맙지, 돌아가주면 더 고맙고.”
: 가오루의 막내할아버지. 농담을 곧잘 던지는 명랑한 어른이다.
시베리아 억류에서 돌아온 뒤, 해안도시 사리하마에서 재즈카페 ‘오부브’를 운영한다.

◎ 오카다
“엘라 피츠제럴드 노래 좋지 않아? 목소리가 웃는 얼굴 같아.”
: 어느 날 우연히 재즈카페를 찾은 뒤, 그날부로 직원이 된 청년.
행동이 민첩하고 요리, 커피 등 모든 일에 능하다. 과거는 수수께끼인 인물. 말수는 적다.

○ 마사코
: 오카다의 애인. 도쿄 출신. 해변의 바 ‘가틀레야’에서 일한다.

○ 가오루 씨
: 가오루와 동명이인인 빵집 ‘시로카네’의 직원.

○ 고이치
: 가오루의 아버지. 직업은 교사. 아내도 교사이다.

○ 구와타로
: 가네사다의 아홉 형제 중 장남. 가오루의 할아버지. 과묵하고 보수적인 성격.

○ 기쿠에
: 가네사다의 큰누나. 보수적인 인물.

○ 후루타
: 재즈카페 오부브의 단골. 손이 전혀 가지 않는 손님.

저자소개

마쓰이에 마사시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재학 시절 <밤의 나무>로 제48회 문학계신인상 가작을 수상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출판사 신초샤에 입사하여 해외문학 시리즈 ‘신초 크레스트북스’를 론칭하고, 계간 <생각하는 사람>을 창간했으며, <예술신초> <생각하는 사람>의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2010년 퇴사하기까지 다수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기획, 성공적으로 꾸려나갔다. 2009년부터는 게이오 대학종합정책학부의 특별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2012년 <신초> 7월호에 장편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일본원제: 화산 자락에서)를 발표, 늦깎이 작가로서 문단에 발을 들였다. ‘명석하고 막힘없는 언어의 향연’이라는 소설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찬탄을 필두로 ‘유구하게 흐르는 대하를 닮은 소설’ ‘풍요로운 색채와 향기를 담은 경탄을 부르는 작품’ 등 평단과 독자의 호평이 이어지며 제34회 노마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제64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로 제68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제6회 가와이하야오 이야기상을 수상했고, 《가라앉는 프랜시스》《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등 꾸준한 집필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2020년부터 미시마 유키오상 심사위원도 맡고 있다. ⓒ Shincho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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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미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에서 석사학위를,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및 일본학연구센터장, 한국일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라앉는 프랜시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비롯해 《물의 가족》《인간 실격》《본격소설》《열대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밖에 《Kujap 일본어 회화》《21세기 일본문학 연구》 등 일본어 교재에서 일본문학 연구서에 이르기까지 집필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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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너희’라는 별명이 붙은 그 선생은 교과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때 갑자기 생기가 돈다. 수영장이 있는 가운데 운동장으로 난 유리창에 눈길을 주면서, “너희는 흥미가 없겠지만”이라고 전제하는 것도 늘 같다. 에피소드의 태반은 역사상의 인물이 왜 망하게 되었는지, 왜 중요한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승패의 분기점, 패퇴에 이르는 판단과 행동을 보고 온 것처럼 이야기한다. “질 만해서 진 거야”가 ‘너희’의 단골 멘트였다.
“이 시점에서 잘못된 거지”라고 분필로 하얗게 된 손끝으로 허공을 노크하는 듯이 하면서 ‘너희’가 말한다. 노크하는 문 너머 보이는 것은 ‘너희’가 연출한 대하드라마다. 어디에서 뭐가 잘못되어서 이 멋대가리 없는 남자고등학교에 와서 일본사를 가르치게 되었는지…… ‘너희’는 그 분기점을 생각해보기나 했을까?
등교중인 같은 학교 학생과 부딪치지 않게 전방을 신경 쓰면서 공원 바깥쪽을 걷고 있으려니까 흥분한 직박구리 여러 마리가 가오루를 발견하고 끼욕끼욕끼욕 요란하게 운다. 가오루는 직박구리가 싫다. 자기들보다 몸집이 작은 참새라든가 동박새, 박새를 쫓아내고, 이겼다는 듯이 지저댄다. 흥분하면 머리의 빨간 털을 곤두세운다. 울음소리도 모양새도 수선스럽다.


나한테는 고정해줄 압정pin이 없다, 라고 가오루는 생각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자기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줄 것이 없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매일 학교를 다님으로써 임시로 압정이 주어졌었다. 체육 특별활동부에 들어가고 운동을 하며 날이 새고 날이 지고 녹초가 되면, 좀 더 나를 꽉 고정하는 압정이 되었다. 학교를 그만둬버리면 어떻게 될까? 압정이 빠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늘하늘한 얇은 종이나 같다. 학교에서 박리되어 바람에 날리고, 강에 떨어졌다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서 가라앉는다. 바닷물에 녹아서 가루가 된다.


냉방이 시원하다. 샌드위치랑 핫도그, 커피와 우유 냄새가 뒤섞이고 담배 연기가 그것을 감싸고 있다. 베이스 소리가 나고, 그 뒤에 드럼이 치고 들어온다. 피아노가 테마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모두 제각각인 개인들이 음과 리듬을 내보낸다. 재즈는 밴드로 통일이 되는 록과 달리 하나의 개인이 내는 소리와 또 하나의 다른 개인이 내는 소리의 주고받음이라고 생각한다. 트리오(삼중주)라든가 퀸텟(오중주)이라는 이름도 개인의 모임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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