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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바람의 전설

억새바람의 전설

이용직 (지은이)
들메나무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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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바람의 전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억새바람의 전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889107
· 쪽수 : 346쪽
· 출판일 : 2017-07-10

책 소개

제3회 녹색문학상 수상작 <편백 숲에 부는 바람> 작가 이용직의 장편소설. 작가는 남해 바다의 작은 섬 청산도에서 '초분'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모티브로 삼아 시대적 불운과 가난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았던 힘없는 민초들의 삶을 복원해냈다.

목차

작가의 말

1. 분이
2. 넝마
3. 감방
4. 월북
5. 폭풍
6. 비첩
7. 바람
8. 광란
9. 전투
10. 후퇴
11. 변신
12. 지령
13. 토굴
14. 파도
15. 수색
16. 테러
17. 귀환
18. 입산
19. 작전
20. 자폭
21. 옹기
22. 투전
23. 누명
24. 인연
25. 옥사
26. 초분

저자소개

이용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산림청에 입사하여 우리나라 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1세대 숲 전문가입니다. 은퇴 후에는 전국의 산야에 흩어져 있는 늙고 병든 나무를 찾아 치료해 주는 나무의사, 또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숲과 나무에 관련된 작품을 쓰는 자연주의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소설 《편백 숲에 부는 바람》, 《그 숲에 살다》, 《억새바람의 전설》, 수필집 《산, 그리고 인간과의 만남》, 《솔숲은 그 자리에》, 시집 《물소리 바람소리》, 동화책 《산불소방관》을 펴냈습니다. 특히 국내 최초의 산림소설인 《편백 숲에 부는 바람》으로 제3회 녹색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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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형장 늙은 미루나무 앞에 섰다. 이 길을 걸어간 수많은 사형수들의 아픈 사연을 보고 들은 미루나무다. 피눈물을 뿌리며 생을 마감한 사형수들이 어루만진 자리가 썩어 병이 된 미루나무. 그 늙은 미루나무 앞에 또한 사람의 빨간 명찰이 다가섰다. 오늘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한 사형수의 애틋한 사연을 늙은 미루나무는 들어주어야 한다. 1424번이 늙은 미루나무를 덥석 안았다.
‘나 좀 살려주시오. 나는 더 살고 싶소!’
그러나 사형장 문턱을 지키고 선 늙은 미루나무는 1424번 사형수의 피 끓는 하소연을 차가운 겨울바람으로 대신했다. 해묵은 거미줄이 을씨년스럽게 쳐진 그곳에는 멀고도 험한 저승길을 안내할 스님과 신부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1424번이 마지막 입을 열었다.
“좋은 세상 잘 살다 갑니다.”
덜커덩!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진 기분이다. 남들처럼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한 아들이다. 남들처럼 공부도 시키지 못했고 알뜰한 사랑을 주어 키우지도 못했다. 분이에게 유심이는 천형(天刑)이다. 하늘이 내린 형벌, 천형.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 결혼도 못해본 처녀 어미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쏟아놓은 애물단지다. 그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세월이 반백 년. 강산이 네 번에서 다섯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었다. 일생을 가슴 태우며 살았던 원한 맺힌 세월이었다.
그 인고의 세월을 모질게 살아온 어미 앞에 나타난 아들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빨갱이가 되어 있었다. 입을 열면 김일성을 찬양하는 선전이 줄을 잇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남조선 혁명을 위한 투쟁이다. 부자, 공무원, 경찰, 기업가 등등 모든 사람을 반동분자라며 처단해야 한단다. 장차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그러나 어쩌랴. 모든 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자. 이 한 몸이 살아생전에 갚아야할 업보라면 용서 비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 모든 환란고초를 어미가 안고 가리라.


퍼뜩 현실로 돌아온 상호가 피우던 담배꽁초를 던지고 일어섰다. 참호 속에 죽어 넘어진 병사의 시체가 발목을 잡았다. 역겨운 피비린내가 사방에 퍼졌다. 피아간에 구별이 안 되는 시체들이 벌목장 통나무처럼 널려 있다. 어디선가 작은 인기척이 났다. 겹겹으로 쌓인 시체 더미 속에 살아 있는 병사가 있었다. 허리 아래 두 다리를 잃은 병사가 물을 찾는다. 피를 많이 흘린 사람이 물을 마시면 죽는다. 이 병사에게 물을 먹이면 병사는 죽는다. 그러나 지금 이 병사를 살릴 길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물을 먹여 보내자. 허리에 찬 수통을 열자 병사의 눈이 반짝 떠졌다. 꿀꺽꿀꺽 물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반짝이는 병사의 눈망울 사이로 아들 얼굴이 겹쳐졌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마신 병사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편안한 얼굴이다.
“집이 어디냐?”
까칠한 입술을 힘겹게 달싹였다.
“……광주요.”
“광주 어디? 내가 소식 전해줄게.”
병사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감긴 눈섶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반짝 빛났다. 그렇게 병사는 죽어갔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병사는 상호가 먹여준 물 한 모금을 받아 넘기며 죽어갔다. 아무 죄도, 아무 잘못도 없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죽어갔다. 고맙다는 인사말이 목구멍에 걸린 채 병사는 죽었을 것이다. 병사의 목에 걸린 군번표를 떼어 이빨에 끼우고 손으로 눈을 쓸어 감겼다.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병사의 명줄이 끊어진 순간에도 이 땅의 부모 형제들은 병사의 무사귀환을 두 손 모아 기도할 것이다. 애끓는 피붙이의 소망을 뒤로하고 낯설고 물 선 다부동 전투에서 병사는 그렇게 숨을 거뒀다. 누구를 위하여 하나뿐인 인생을 접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죽음이며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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