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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904205
· 쪽수 : 400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글쎄, 미래를 생각하면 농사보다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서 파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아무래도 최소한 몇 년은 투자만 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고생 좀 하겠지.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나무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면 늘었지 절대 줄거나 그러지는 않을걸.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나는 나무가 부족해서 외국에서 사오고 그러잖아.”
“나무를 외국에서 사온다고요?”
“그럼. 사실 돈 많은 사람 중엔, 우리나라 나무를 안 쓰고 외국에서 나는 삼나무 이런 걸 사다가 집을 짓는다던데. 그런 게 옹이도 없고 목재도 단단해서 좋다더라고. 그래서 우리 아버지도 삼나무를 심을까 연구도 하셨는데, 그게 남쪽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라는군.”
상국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무는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게 아닙니까?”
“하하하, 당연히 다르지. 이 나무들이 얼마나 까다로운 생명들이라고. 그냥 뿌리만 내리게 해준다고 잘 자라는 게 아니야. 기온도 맞아야 하고 습도도 맞아야 하고. 비 많이 오는 걸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적당히 오는 걸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어. 물론 소나무처럼 우리나라 웬만한 곳에서는 잘 자라는 녀석들도 있지만 말이야.”
“……봤으면 즈 아비가 무덤에서 대성통곡할 것이여. 즈 아비 죽자마자 그 좋은 밭을 팔아먹고 뭣에 씌어서 저렇게 나무에 목숨을 거나 몰라.”
“그러게 말이여. 아, 옛날에도 산 하나 홀랑 말아먹었잖아.”
“그렇지. 그러고 몇 년 있다 일본 간 거 아냐.”
“말로는 일본에서 나무 심는 기술 배웠다고 하더만, 그러면 뭘 해. 눈 오면 눈 걱정, 바람 불면 바람 걱정, 또 이렇게 비 안 오면 또 물 걱정에 농사짓는 우리보다 더 맘고생이 심하더만.”
“사람이 그렇게 애면글면 하니 자꾸 쓰러지는 거 아녀.”
“그렇지! 아, 공부하랄 때 상급 학교 갔으면, 못해도 면서기는 했을 거 아냐. 있는 재산 다 거덜 내면서 나무는 뭔놈의 나무여.”
“그러니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거 아녀. 제정신이면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하겠어?”
그러려니 하면서도 상국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슴 한 켠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상국이 죽어라 나무를 심는 것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만으론 미래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미래는 마을 사람들의 미래이기도 했다. 산의 나무가 어찌 온전하게 한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겠는가.
“제가 산사태로 어머님을 잃은 사건은 저 한 사람으로 끝나지만, 지금처럼 산에 나무가 없으면 앞으로도 산사태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고, 그때마다 농경지가 유실되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런 참혹한 일을 방지하자면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한밤중에 덮친 산사태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지 않으려면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비록 당장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이런 불행을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제가 오늘 여러 어르신들 앞에 간곡하게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나무를 심는 일은 임상국이라는 한 개인의 일일지 몰라도, 장차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에 나무를 심는 일이기 때문에 길게 봐서는 애국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이 젊은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