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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963340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18-01-20
책 소개
목차
1부 유리 그리고 서영
2부 서영
3부 재민 그리고 채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랫동안 두 손을 높게 들고 벌서고 있는 것 같아. 덜덜 떨리는 팔을 힘주어 참고 있는데, 누군가가 얇은 종이 한 장을 그 위에 얹는 거야. 그럼 새털같이 가벼운 종이 한 장에도 두 팔은 무너져 버리겠지? 그런데 사람들은 말할 거야. 겨우 이 종이 한 장에?”
그녀가 말한 종이 한 장. 그 한 장의 무게를 느낄 때까지 혼자 벌을 서야 했는지도 모른다.
“벌설 필요 없어. 그만 손 내려!”라고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조금만 참아. 다 왔어.”
“그런데 기껏 종이 한 장 때문에?”
지구보다 더 무거운 종이 한 장의 법칙.
장인어른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역력해 보였다.
“자네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 애가 없는데, 다른 여자가 임신해서 낳은 애가 그게 서영이 애란 말인가? 단지 그 작은 배아 갖고 어떻게 서영이 애라고 할 수 있나”
“아버님, 다른 여자가 낳았다고 해도 그 사람 유전자잖아요. 그럼 서영이 애인 거죠. 단지 다른 사람의 자궁만 빌릴 뿐이고요.”
재민은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애절한 눈빛으로 장인어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글쎄. 나는 모르겠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애가 서영이 애라는 생각이 들 것 같지는 않네. 그냥 배아인지 뭔지는 잊어버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제대로 애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내가 맘이 편하지.”
장인어른은 마른기침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엄마도 없이 애를 낳으면, 키우기는 누가 키우고.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야지, 원.”
뭔가 묵직한 것이 재민의 가슴을 압박해왔다.
“그럼 그 애들은 어떡해요? 그냥 버려요? 지금 냉동고에 있다고요. 그리고 그 애들을 포기하면 서영의 존재는 이 세상에 완전히 사라져 버려요.”
“떠나간 사람은 이미 떠나간 거야. 그렇게 미련 갖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야. 그리고 그 배아가 뭐라고.”
장인어른은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언젠가 재민은 서영에게 말했다.
“너의 가장 큰 장점은 잘 웃는다는 거야”
그 말에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서영은 미간을 찡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 그 사실이 나를 참 외롭게 만들어. 내가 힘들다고 하면, 사람들은 엄살이라고 해. 너처럼 행복한 애가 뭐가 힘드냐고. 그래서 힘들다는 말도 못 해.”
“때로는 나도 힘들다고 말하고 위로받고 싶은데. 그런데 누가 내게 괜찮으냐고 하면, 나는 언제나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