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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8696372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07-01
책 소개
목차
1부 건강과 생존
중병
생의 마지막에 중병이 기다리고 있다면
필립 로스 〈아버지의 유산〉
신체노화
거울, 너에게도 보이나 봐라
박완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중 ‘마른 꽃’
치매당사자
나는 치매입니다
무라이 리코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치매환자
치매환자를 진료합니다
장기중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치매부모
치매부모를 돌봅니다
심우도 〈우두커니〉
의료생활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에도
양창모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노년계발
자기계발은 지속된다, 노년까지도
마녀체력(이영미) 〈미리, 슬슬 노후대책〉
일자리
환갑과 일자리
최진영 〈쓰게 될 것〉 중 ‘디너코스’
일자리
예순 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2부 가족과 네트워크
엄마와 딸
죽기 전에 화해해야지
사노요코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배우자
죽음 상상할 수 없는 일, 배우자의 죽음
주디스 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여성노인
지혜와 지식과 개성을 가진 연장자들
벨마 월리스 〈두 늙은 여자〉
가족
지금 아니면 안 돼
다비드 칼리 글, 세실리아 페리 그림 〈인생은 지금〉
받는 효도
효도 받고 싶어, 그것이 돈봉투라도
박희순 글, 배민경 그림 〈하얀 봉투〉
친구
노년의 고독, 노년의 친구
신시아 라일런트 글, 캐드린 브라운 그림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경제활동
경제적이지 않은 60대 여성의 경제 생활
이서수 〈엄마를 절에 버리러〉
커뮤니티
노년의 공동체, 안녕 커뮤니티
다드래기 〈안녕, 커뮤니티〉
중년부부
중년을 건너 노년으로
이화열 〈서재 이혼 시키기〉
3부 돌봄과 죽음
연명치료
이 시대 우리가 죽는 장소
김형숙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음식과 죽음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정의석 〈병원의 밥 : 미음의 마음〉
유품정리
죽음 후의 날들
가키야 미우 〈시어머니 유품정리〉
요양시설
돌보는 자와 돌봄 받는 자, 그들의 연대
무라세 다카오 〈돌봄, 동기화, 자유〉
모든 돌봄
모든 돌봄은 다정하고 서늘해서
김유담 〈돌보는 마음〉
종교
죽음과 종교
김훈 〈저만치 혼자서〉
호스피스
말기 돌봄을 상상해야 한다
송병기, 김호성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임종
죽음을 읽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사후(死後)
사후세계가 존재할까?
가키야 미우 〈파묘 대소동〉
4부 노년의 삶
낭만노년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우애령 〈행복한 철학자〉
로맨스
판타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
사이토린, 우키마루 글, 구라하시 레이 그림 〈레미 할머니의 서랍〉
노년의 위트
이렇게 유쾌한 노년이라니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노년의 도전
48년생 셀럽의 등장
이옥선 〈즐거운 어른〉
나홀로 노년
노년이고요, 싱글입니다
김희경 〈에이징 솔로〉
싱글라이프
중년을 읽습니다
권남희 〈스타벅스 일기〉
성찰
필멸하므로, 반드시 작별하는 우리들 이야기
마거릿 렌클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통찰
노년이란 무엇인가?
로르 아들레르 〈노년 끌어안기〉
노년과 영성
종교를 넘어 영성을 생각하는
프랭크 커닝햄 〈나이듦의 품격〉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결국 수술이 결정되던 날, 아빠는 환자식을 먹다 말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암 환자냐?” 나는 그때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했다. 전장에서 기습 공격을 당한 기분이 된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럼 암 환자 맞지 뭐. 왜?”라고 도리 없이 수긍했다. 그때 아빠가 한 말이 나를 웃게 했다. “아니 그럼, 이제 평생 술도 못 마시나 싶어서. 그럼 무슨 재미로 사냐.”
아빠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흔일곱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그동안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돌보고 몇 해 전 어머니상을 치렀다. 큰 숙제를 끝낸 아빠는 이제 명절 때도 휴가 때도 고향에 안 내려가도 된다면서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꾸리고 작은 집을 지었다. 아빠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집을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성으로 농작물을 키워서 딱 한 번 거둬 봤는데 암이 생겼다. 그때 나도 작가와 같은 생각을 했다. 아빠의 마지막에 이런 게 나타나다니. 암이라는 중병이 아빠의 마지막을 엉망으로 만들까 봐 노심초사했다.
처음으로 어머니(시어머니)의 대소변을 처리해야 했을 때, 당혹스러웠다. 어머니의 치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 그걸 정신이 온전한 어머니 앞에서 해내야 한다는 것이, 기어이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는 사실이, 슬프고 아팠다. 그것은 미처 준비되기 전 급작스레 일어난 일이어서 위생장갑이라거나 물티슈 같은 준비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허둥지둥 옆 침대의 간병인께 이것저것 빌리고 어마어마한 휴지를 쓰면서 다행히 무사히 그 일을 해냈고,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 왜 그러시냐고, 그런 말 하시지 말라고, 이말 저말 아무 말을 하면서 세탁물 처리실로 도망쳤다. 눈물과 표정을 수습하고 어머니 곁에 돌아와 태연한 척 간이침대에 앉았을 때, 어머니가 말했다. “오늘 밤에 죽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한마디 말에서 어머니의 곤혹과 수치를 읽었다.
당시 어머니 나이 91세.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운 상태. 바로 몇 시간 전까지 숨을 제대로 못 쉬어 정신이 혼미했고 잇몸은 퉁퉁 부어 귤 한 쪽을 수십 번 씹어 넘겨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은 것은 싫은 것이고 창피한 것은 창피한 것이어서, 젊은 며느리에게 본인의 항문을 닦게 하는 것은 못 할 짓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가 얼마 전 입소한 요양병원이 ‘아주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정 부분 진실일 거다. 아프면 바로 진통제를 놓아 주는 의사가 한 건물에 있고, 깊은 밤 숨이 차오를 때 두려움과 고통 속에 구급차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본인의 노쇠한 몸을 가족이 아닌 간병인이 씻기고 입히고 닦아준다. 그것은 서글프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기도 하는 일이었다. 가족이 아니고 남이어서 다행이다, 그런 기분 짐작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