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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413035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6-08-31
책 소개
목차
40일간의 사랑
전철 안에서
풍뎅이의 죽음
개
● 발문 | 숨은 보물찾기 · 한복용
저자소개
책속에서
4월 11일
잘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다. 그녀는 문자 말미에 빨간 하트를 다섯 개나 딸려 보냈다. 제일 많이 받아본 하트였다. 내일은 회사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아이는 보지 못했으며 이번 주말에나 오기로 했단다.
언제 오는지 알려주면 제주도 여행 일정을 잡아 예약을 해두겠다고 했다. 사무실에 다녀오면 곧 알 수 있을 것이니 그때 알려주겠다고 하며 여행이 기대가 된다고 좋아했다. 그녀는 말끝에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해도 되는지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 12일
4월 25,6일께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자가 왔다. 거래하는 여행사에 전화해 5월 둘째 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제주도 항공편과 호텔 예약을 부탁했다. 다행히 첫째 주 연휴가 끝난 후여서인지 예약은 순조로웠다. 그녀와 함께 여행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일정상 금요일 수필 수업은 할 수가 없었다. 혹시 수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 그리 알고 있으라고 학생들에게 귀띔해 두었다. 모든 일이 어떤 갈등이나 부딪침 없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도 신기했다. 매사 자신을 믿기로 했다. 무슨 일이건 뜻대로 잘 안 되는 것은 무리하기 때문이리라.
물 흘러가듯 내버려두면 매사가 원하는 대로 진행된다. 이 일에 대해서는 적어도 겉으로는 조르거나 안달한 적이 없다. 그래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먼저 여행을 제안하지 않은 것도 얼마나 잘 된 일인가. 그러나 알고 보면 얼마나 내 마음이 조급해하고 안달했던가.
제주도에서는 S호텔에 머물며 차를 한 대 빌리기로 했다. 비용이 꽤 들어 당분간 사는 것이 궁색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골프도 치기로 계획했다. 연전에 터키 안탈리아에 머물 때 독일에 사는 부부가 여행 와 카트를 끌며 한가롭게 골프를 즐기던 광경이 떠올랐다. 마침 혼자였기 때문에 그들과 합류했고, 그들 노부부는 연금을 타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여행도 한 달 예정으로 왔다고 했다. 도대체 연금이 얼마가 되기에 한 달 간이나 여행을 한다는 말일까. 우리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다.
마냥 걸으면서 관광을 할 것이다. 바쁠 것도 없고, 다 보지 못하면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 아니면 사정이 있어 강의를 미뤄야 하겠다고 하면 학생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걱정거리가 모두 사라지고 그녀의 활짝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다가왔다. 왕복 항공권은 그 동안 적립해둔 마일리지를 쓰면 되었다. 어쨌든 다소 무리이기는 했지만 파산할 정도는 아니다. 또 다시 시간은 더디 갈 것이다. 기다리지 말아야지. 열심히 운동도 하고 강의 준비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