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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413554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19-09-09
책 소개
목차
제1부
운집(雲集) · 13
소설 · 14
통영에서, 미완의 위로 · 16
춘천, 거울집 · 18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가자 · 19
어울린다는 말 · 20
시시각각 · 21
자작나무의 꿈 · 22
휴일 오후 고속도로 정체의 권태에 대한 변명 · 24
솔롱고스의 꿈 · 26
왼발의 기억 · 28
몽마르트르 편지 · 30
느슨하다는 말 · 31
마르크 샤갈, 영혼의 정원에서 · 32
감포에서 · 35
1971 서울역 · 36
끽연(喫煙) · 37
청명에 자라는 봄비 · 38
숨바꼭질 · 39
실종신고 · 40
제2부
내 사랑은 모나크나비 같아서 · 43
나는 왜 이렇게 조급한가 · 44
기타고양이 · 46
딥블루 · 48
1Q84 외전 · 49
불안한 사랑 · 50
소녀 · 51
사람 인(人) · 52
피아노의 시 · 53
사람이 달이다 · 54
투명인간 · 56
우연한 밤의 동화 · 58
섬 · 60
무한의 기호 · 61
달의 노래 · 62
자화상 · 63
자화상 2 · 64
귀를 앓다 · 65
어두워져야 빛나는 것들 · 66
노안 · 68
제3부
그렇게 허기 · 71
엄마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 72
어진 한 사람 · 74
악의 · 75
무정, 어버이 전 상서 · 76
풍경은 끝내 울지 않았다 · 78
검은 방 · 80
꿈을 찍는 사진관 · 82
최돈선 · 83
아득한 화해 · 84
추억의 스틸 컷 · 86
별, 그대 · 87
꽃은 힘이 세다 · 88
구름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 90
시를 줍다 · 91
작두콩 따는 아이들 · 92
느릿느릿 · 93
아름답다는 말 대신 쓰고 싶은 풍경들 · 94
덜컹 덜커덩 · 96
행복 · 97
제4부
인간, 프로메테우스 · 101
위로 · 102
불과 칼 · 103
엄니, 보고자프요 · 104
아라한(阿羅漢) · 106
자기혐오 · 107
안식의 교감 · 108
노는 개미 · 109
프레디 머큐리 · 110
박회인간 · 111
야누스 · 112
25시 편의점의 상심에 대하여 · 113
표정의 말 · 114
생각의 맛 · 115
반성문 · 116
칠월의 노래 · 117
먼 별을 위한 기도 · 118
시의 말 · 120
실종 · 121
2019 실직의 달 · 122
부의(賻儀) · 123
일몰이란 · 124
해설 중용의 길에 깃든 외로움 혹은 ‘시’라는 실존적 전회에 대하여 / 박성현·125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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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약천사 약사여래불 앞에서 합장하고 돌아온 밤 누군가의 원망 다독이지 못하고 기어이 어지러운 꿈속에 갇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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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연화대에 걸터앉아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다리 위에 수평으로 얹고 오른손을 받쳐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여자를 보았고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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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모호했던 측은지심(惻隱之心) 물마루처럼 또렷하게 차올랐습니다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연민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어요
탐진치(貪瞋癡)의 번뇌, 선한 의지로 환해지는 마음이 한 뿌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겠습니다
사방 일곱 걸음의 독선과 오만이라 생각했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存)을 가늠해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와 자타불이가 다르지 않고 하늘과 땅에서 오직 존귀한 이름으로 우주에 닿았다가 한 점 먼지로 귀의(歸依)하는 일체만법(一切萬法)의 무차별한 사랑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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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엄마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셔, 어릴 적 숙모님의 까닭 모를 말씀 이제야 알겠습니다 신새벽 푸른 꿈속 다녀가셨고 그리하여 난마와 같은 온몸 온 마음 이토록 평온해졌음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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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생의 기로에 걸터앉아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다리 위에 수평으로 얹고 오른손을 받쳐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여자를 보았고 그 순간 미망(迷妄)에서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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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관세음보살(南無觀世音菩薩)
아름답다는 말 대신 쓰고 싶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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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언덕 삼층집 옥탑방 창문으로 내다본 이른 아침 해오름의 찬란
마을공원 울타리 아래 담배꽁초 쓸어내고 정겹게 줄지어선 화분들
주택가 골목길 모퉁이 담벼락 밑이나 돌계단 틈새로 얼굴 내민 민들레
횡단보도 신호등 바뀔 때 느리게 움직이는 노인과 걸음 맞춰 걷는 청년
지하철 안에서 백팩 끌어안고 졸다 만삭의 여자 발견하고 화들짝 일어선 소녀
북촌 한옥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이는 기와지붕 섬돌 항아리와 창호문
앞니 둘 먼저 보내고 어떤 거리낌도 없이 활짝 핀 노시인의 둥글고 환한 입
구세군 자선냄비에 율곡 어르신의 마음 담는 엄마와 아이의 꼭 쥔 손
겨울 해거름 언덕 위에서 빛을 등지고 홀로 선 나무의 섬연한 검은 가지들
어두운 골목 비탈길 오를 때 마을공원 축대 위에 도열한 길고양이들의 환호
모처럼 구름 걷힌 밤하늘 달과 금성과 화성 그 은은한 빛의 트라이앵글
-
그리고 그대,
느슨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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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움켜쥐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오래, 뼈에 새겨지도록 명심하며 살았죠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는 절망 속에서 다시 배웁니다
움켜쥐려는 생각을 버려야 무엇이든 쥘 수 있다는 것
뼈에 새기겠다는 마음 잊어야 온전히 새겨진다는 것
-
팽팽하게 당겼던 시위를 늦춥니다
아니, 활과 살을 내려놓습니다
중요한 건 과녁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느슨하다는 말을 다시 배웁니다
그 뒤에 오는 넉넉하다는 말을 되새깁니다
-
문명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도 하늘의 생채기마냥 이리저리 얽힌 전선들, 거미집 같은 전신주와 가림막을 망토처럼 두르고 되돌아올 봄을 꿈꾸는 벽돌집, 끔찍했던 풍경들이 흐려진 망막으로 애틋하게 들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