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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41392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8-08-10
책 소개
목차
제1부 봄
나무를 다듬다·13
어머니, 숲에서 서성이던 때·14
앉은뱅이 엉겅퀴·15
5타수 무안타·16
잊힌 자리·17
우연한 만남·18
백담사 소곡(小曲)·19
아름다운 순간·20
나른하게·22
숲 안개·23
순간, 순간·24
그놈이 그놈이지·25
화개 부안·26
살랑살랑·27
물푸레나무 난민·28
첫 큐·29
봄 소식·30
모르게, 모르게·32
쑥이 말하기를·33
점선면에 들다·34
제2부 여름
동물의 영혼·37
나방의 날개를 가진 여인·38
물이 젖어 있는 이유·39
나는 광대버섯·40
살래국수·41
비바리 바위·42
마음을 잃은 때·43
절규·44
8월의 첫사랑·46
아리잠직한,·47
건널목을 건너는 순간·48
서늘한 이유·49
묻지마 청춘·50
점묘 1·2·3·51
백 년, 그리고 백 년·52
서천꽃밭의 하루·53
인연을 생각하다·54
후배의 꿈·55
마삭줄 일기·56
고문기술자의 변론·58
제3부 가을
가을 뷔페·63
코다리한울님·64
노고단 집터·65
차마·66
시간의 정의·67
붉은여우·68
내 안에 흐르는 시냇물·69
지난 시간은 저마다 향기가 있다·70
한나절·71
기역 자가 사는 나라·72
어부·73
어디 좀 보자·74
낮은 소리를 듣다·75
시절의 미학·76
친밀한 관계·77
그림자놀이·78
시나리오 굽기·80
할매의 시간·81
보은할매·82
머리 하기 좋은 날·84
제4부 겨울
가나다라 농사·87
이별·88
숲의 밥상·89
그렇구나·90
해넘이·91
땅을 밟는 이유·92
시간을 더듬으며·93
왕겨 내리는 겨울·94
검은 강아지는 겨울에 죽는다·95
화전경(火田經)·96
설날·98
밥 한 끼·100
바다 이야기·101
겨울 이야기 1·104
겨울 이야기 2·106
겨울 이야기 3·107
겨울 이야기 4·108
겨울 이야기 5·109
겨울 이야기 6·110
겨울 이야기 7·112
해설 쇠락을 필사하는 이유 : 치유와 회복’으로서의 시 쓰기 / 백인덕·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름다운 순간
--
살다보면
순간의 기다림이 아름답다
-
2차선 도로에 비상등 껌벅껌벅
기다리는 검은 승용차 아름답다
-
종이 박스를 한가득 실은
짐수레 할배
샛길로 벗어날 때까지
-
좁은 길 넓혀주려 가지 오므리는
아름드리 나무 아름답다
-
가로등 더욱 환하게
비추는 불빛 아름답다
-
나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
-
주미연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노랫소리 아름답다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길
나무를 다듬다
--
나무를 다듬는다, 칼에 의지하여
봄볕의 손놀림으로 시작한다
나무를 다듬는다, 나무에 의지하여
나무가 허락하는 몸피를 벗긴다
여인의 속옷을 벗기듯
무늬 결의 행간을 보듬자
날이 선다, 칼날이 아니라
나의 무뎌진 감각이 선다
눈빛인가, 아니다
손의 감각인가, 아니다
내가 든 건 이제 칼날이 아니다
더듬어가는 손가락이 쉼 없이 불끈거린다
나무를 보듬는다, 빛에 의지하여
매화 빛이 드러나고 향기 흠칫 놀래며
나무의 결 속으로 숨는다
매화 빛이었다가, 앵두 빛이었다가
손에 힘을 줄 때마다
드러나는 나무의 생살
나무가 숨을 쉴 때마다
난 향기에 젖는다
숲의 밥상
--
숲에서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소리에 입맛을 다십니다. 배고픈 아이처럼 새가 보고 싶고 같이 밥을 먹고 싶어요. 새는 주변은 잊은 채 나무 쪼기에 열중입니다. 난 여러 생각 중에 커다란 항아리가 떠올랐어요. 된장, 간장, 묵은김치, 동치미가 가득한 나무항아리. 딱따구리가 육중한 나무를 쪼며 먹이를 구할 때마다 나무는 구수한 감칠맛이 배어, 숲은 잘 차린 밥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