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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413936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8-10-25
책 소개
목차
제1부
그들의 경전·13
폐경·14
우울한 휴일·15
외로움이라는 감정·16
다시 붙이는 벽보·17
몸 편치 않은 날·18
유배지에서·20
부대끼는 봄·22
놓치다가 돌아서다가·23
기형도를 읽다·24
겨울에 들어서다·25
땅거미 질 때·26
편두통 건너기·27
나를 위로하는 방식·28
시를 품고 날다·29
제2부
떠도는 택배·33
전하지 못한 안부·34
알코올성 치매·36
담배꽁초에게·37
스타 탄생·38
그리움 너머·40
단풍 계곡·42
상처라는 말·43
빗속의 장미·44
투명한 칼·45
에필로그·46
흔적, 꽃 피다·47
엉뚱한 착오·48
치명적인 장미·50
옐로 로즈·51
제3부
불면·55
기억의 처음·56
그날의 국수·58
묻어둔 고백·60
돌고 도는·61
바람 부는 날·62
중년 이후·63
고목을 향하여·64
요실금·65
존재·66
명멸하는 빛·67
한낮과 한밤·68
유리의 균열·69
하루의 다짐·70
하늘·71
제4부
봄맞이·75
미투·76
페이스북 마을·78
권태가 밝아오는 아침·79
욕설의 파장·80
안구건조증·82
물오른 종기·83
사라진 길·84
괘종시계 사람·86
달걀을 삶으며 꿈꾸는·87
지워진 꿈·88
한강, 그리고·90
다시 4월에·92
성주는 젖지 않는다·94
바깥을 닫다·96
해설 안과 밖을 맴도는 통증의 시학 / 김정수·98
저자소개
책속에서
놓치다가 돌아서다가
--
바다가 그리웠던 건
까닭 모를 깊이에 이를 수 없겠다는 아득함 때문이었다.
물결에 묻어나는 푸른 언어를
온전히 받아 적을 수 없겠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
바다를 놓칠 때마다
파도는 더 멀리서 출렁이고
물빛의 싱싱한 색채에 깃들지 못한 채
발목만 적시다 섣불리 돌아섰다.
-
꿈은 초록 물결이었다.
지느러미가 흔들리고
무거운 몸뚱이가 지상에 착륙하는 꿈.
둥근 물방울들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바다 속 깊이가 훤히 보이는 꿈.
-
바다는 이르지 못한 생의 원형이었다.
아무리 허우적대도 딛고 설 수 없어
꼬리가 끊어진
캄캄한 허공이었다.
괘종시계 사람
--
벽에 기댄 채
못에 걸린 사람이 있다
결리는 허리로 서서 무릎을 앓는 사람
예민한 귀를 시간의 담장에 갖다대고
바깥을 듣는 사람
어둠이 남긴 무거운 이슬을
다소곳이 받아먹는 사람
시계 바늘에 매인 발을 씻지 못하는 사람
올가미에 엮여 매듭이 된 채
마른침 간신히 삼키는 사람
하루, 이틀, 사흘 날짜를 손꼽아 세며
정처 없는
우리 모두의 사람
난 향기에 젖는다
그날의 국수
--
아침, 점심, 두 끼 굶던 날
벽에 걸린 괘종시계 떼어내
보자기에 싸던 아버지
-
말없이 손을 잡고
길을 나섰네
-
전당포도 문 닫은 일요일
한참을 걸어가
시계 잡히고 받은 돈 이천 원
시장에 들러 국수를 샀네
-
기다란 막대에 걸려
말려지던 국수
고추장 푼 냄비 안에서
끓고 있었네
-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나누어 먹던
뜨거운 국수
곯은 배를 훈훈하게 채우고
기분 좋게 드러누웠던 저녁
-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떠 있는
그날, 그 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