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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716938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저자의 글 ― 5
제1부 시(詩)로 보는 시(時)ㆍ시(市)한 세상 이야기
11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14 참게 이야기 / 김인호
18 버려진다는 것 / 권정우
21 ......라고 한다 / 이상국
24 딱! / 강상돈
28 조화 / 박장희
31 짐 / 양애경
34 뒤축 / 권갑하
38 잡초
41 시론 / 박제영
44 달팽이 / 서정춘
48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52 밴댕이 / 임동윤
55 처음처럼 / 신영복
58 중간이라는 말에 모였다 / 이서화
62 새우깡 / 정영애
65 어느 노(老) 생물학자의 주례사 / 이가림
제2부 그림책으로 여는 세상 이야기
71 어쩌다 여왕님 / 다비드 칼리
75 구두 전쟁 / 한지원
79 가짜 뉴스 팩트체크 하겠습니다 / 조아라
83 함께 / 루크 아담 호커
86 때문에 / 모 윌렘스
89 까망이와 하양이 / 데보라 보그릭
92 왕 한번 잘못 뽑았다가 큰일 날 뻔했네 / 상드린 뒤마 루이
96 길까, 짧을까? / 이자벨라 지엔바
100 더 좋은 동굴에서 살고 싶어 / 프란 프레스톤 개논
103 비움과 채움에 관한 이야기
106 하얀 늑대처럼 / 에릭 바튀
109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 카셸 굴 리
113 만약에 내가 / 장덕현
제3부 시사로 풀어 보는 속초 이야기
119 문화도시 속초! 그 아름다운 도전
123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신축년(辛丑年)을 기원하며
127 웃다가 울먹이다가 생각하게 만드는 이상한(?) 드라마
131 동해북부선! 그 오래된 기억
137 감자 팔러 가는 길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론 / 박제영
시는 시(詩)다 말로 절을 짓는 거다 잘못 지으면 땡중 된다 이 말이렸다
시는 시(侍)다 사람이 절이고 사람이 부처다 그러니 모셔라 이 말이렸다
시는 시(市)다 구중궁궐이 아니라 책상머리가 아니라 시는 저잣거리에 있다 이 말이렸다
시는 시(視)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라는 거다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잠수함의 토끼처럼 세상이 무너지고 가라앉고 있는 것을 먼저 보고 짖어라 이 말이렸다
시는 시(矢)다 짖어도 안 되면 아예 쏴라 세상 무너뜨리고 망가뜨리는 놈들 가슴팍에 화살을 팍팍 꽂아라 이 말이렸다
이상의 것을 무시하면 어떻게 된다고?
시가 시(屎) 된다 된똥도 아닌 묽은 똥 된다 이 말이렸다
아예 시(尸)가 되는 수도 있다 시쳇말로 죽은 시가 된다 이 말이렸다
― 박제영, 「시답잖은 시론」
연말이 가까워지면 필자의 우편함에는 하루걸러 한 권 정도의 문학동인지나 누군가의 시집이 배달된다. 속초문인협회 지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갈뫼’ 동인의 회장으로 이름이 문단에 알려져 있는 덕분이다. 보내주신 분의 마음이 고마워 시간을 쪼개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다. 그런데 근래 들어 책을 덮으면서 ‘참 좋은 시간이었구나!’라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난주 우편으로 한 권, 지인을 통해 두 권의 책이 손에 들어왔다. 한 권은 문학지이고, 다른 두 권은 비문학 분야의 책이다. 오늘 세 번째 책을 덮으면서 문학의 현실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시(詩)를 뜻풀이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라고 풀었다. 뭔가 막연하다. 그런데 박제영 시인의 시처럼 한자를 회의 문자로 뜻풀이를 하면서 시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다 문득 깨달음을 얻게 됐다.
시(詩)는 말씀 언(言) 변에 절 사(寺)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언(言)은 말씀, 즉 위대한 성인(聖人)이나 먼저 깨달은 선현(先賢)의 가르침을 뜻한다. 사(寺)는 ‘절’이나 ‘사찰’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寺자는 土(흙 토) 자와 寸(마디 촌)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寺자를 보면 止(발 지) 자와 又(또 우) 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손으로 발을 받드는 이미지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받든다는 것은 높으신 분을 모신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寺자가 나랏일을 하던 ‘관청’을 뜻했었다. 하지만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이후에는 왕이 아닌 부처님을 모시는 장소를 뜻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시(詩)는 ‘정신적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박제영의 시(詩)를 문학이란 단어로 바꾸면, 문학인들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답이 보일 것 같다. 말로 사람을 귀히 여기는 글을 쓸 것, 저잣거리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로 쓰는 것, 남보다 적어도 한 뼘 정도는 더 들여다볼 것, 나아가서 보이지 않는 뒤쪽 그늘도 한 번 뒤돌아볼 것,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것.
그렇지 않으면 문학은 똥에 불과하고,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
그런데 글을 다 쓰고 나니 어째 찝찝하다. 그동안 내 글을 본 사람들이 혹시 묽은 똥 같은 글이라고 코를 틀어막은 건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