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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699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0-06-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가시꽃 – 11
느닷없이 – 12
의문의 저녁 – 14
반짝이는 – 15
뒷물 – 16
안개 – 18
이팝 – 19
탱고, 삼십오 세 – 20
나비 묘지 – 22
나는 알고 있다 – 23
수련 – 24
임상 불가 판정 – 26
소극장 팬터마임 – 28
상사 – 30
밀교 – 31
여여 – 32
제2부
자귀나무 – 37
어른이 되는 방법 – 38
바위제비꽃 – 39
부메랑 – 40
웨딩드레스 – 42
폭식 – 44
새점 – 46
사하라 – 47
옥곡 IC – 48
모란 전골 – 50
아일랜드 아임랜드 – 52
구르는 돌 – 54
감기 – 56
끈 – 58
저 아래에는 비가 내리는 풍경이 있었다 – 60
폭설 – 62
나는 죽어서 리무진을 탄다 – 64
제3부
숲은 왜 오월을 – 67
말 많은 사람은 외로운 사람 – 68
신선동 사람들 – 70
외유성 출장 – 71
비표본 오류 – 72
그 뒤 – 74
끝없는 허밍 – 76
안녕하십니까 – 77
애완견 – 78
그렇다면 그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한 게 잘못인가 – 80
오버 더 숄더 샷 – 82
앞에는 멧돼지 뒤에는 개 – 83
일곱 번째 감정 – 86
도화(徒花) - 88
저작권 – 90
통역가를 신뢰하지 않는 싱커페이션 – 92
등 – 94
풀꽃 – 96
해설 이성혁 만다라의 숲과 심장의 시 – 97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시꽃
제 몸을 쪼고 있는 새와
제 꼬리를 물려고 맴도는 뱀한테
돌을 던지고 있다
참나무는 죽은 편백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핏방울은 찔레 꽃잎에 맺혀 있다
진주 목걸이처럼 흩어진 봄밤
상제나비 한 마리 날아와
사이사이 붉은 유리구슬을 꿰고 있다
흰 얼굴에 덮어씌운 검은 숄은 아주 멀리 있을 것이므로
숲은 발을 질질 끌며 늪으로 가고 있다 ***
여여
난간에 목매달고
치마 뒤집어쓰고
뛰어내리나 마나
동백이 동백일 수 있는 시간
밤새도록 뻘밭 헤매다
꽃,
찾으나 못 찾으나
작은 동박새가 작은 동박새일 수 있는 시간
종래의 소속이 다르나
모두 잠들기 기다려 기어 나온 실지렁이
굳이 봄밤처럼 말라 죽은 까닭
경계를 넘지 않고도 꽃에 도달할 수 있다는
조금 더 나아가면 그때 그 자리
사소한 이유로 고라니
산에서 울고
그믐달 움찔 몸을 떨고
나무는 자기가 죽은 것을 모르고
바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
폭설
노인은 앉은뱅이 아내를 업고 밭으로 갔다
텃밭 한쪽 꽃방석 위에 아내를 앉혀 놓고 봄날을 골랐다
햇살의 흰 머리카락
수정 브로치를 단 민들레 곁에서 반짝거렸다
풀 한 번 뽑고
아내 한 번 쳐다보고
풀 한 번 뽑고 아내 한 번 쳐다보고
잇몸만 남은 한낮
다소곳 늙은 아내가 전하는 말
올해도 영감이 좋아하는 눈을 볼 수 있을까요
아무렴, 내년에도 볼 수 있지
감나무 그늘
노부부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텃밭의 노부부가
앞당겨 본 겨울
눈부신 봄날이
꽃잎인 듯 흩어져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