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812210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9-05-27
책 소개
목차
머리말 3
Chapter 1 비욘드 월드― 존재의 고통 11
Chapter 2 성녀 가인― 존재의 이유 61
Chapter 3 언더월드 ― 존재의 선택 109
Chapter 4 타락천사 ― 존재의 변화 165
Chapter 5 독존의식 ― 존재의 고독 217
Chapter 6 검치존자 ― 존재의 기쁨 269
에필로그 31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느닷없이 대화창이 열린다.
수 : 나를 찾고 있나?
옥기린이 흠칫 놀라며 검을 잡는다. 상대는 화면 안에 있다. 그런데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수의 내력(內力)이 예상 외로 뛰어나다는 증거이다.
저 앞쪽 소나무 아래에서 흰 그림자가 일어선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흰 머리털과 흰 얼굴, 흰 옷은 설광에 흡수되고 까만 눈과 빨간 입술만이 공중에 떠 있다. 가슴이 싸하게 아리다. 조금 전 노을에 물든 구름을 봤을 때처럼.
수의 까만 눈이 갈매기 날개처럼 휘어지고, 빨간 입술이 꽃잎처럼 피어난다. 웃는 것이다. ‘아름답다’와 ‘슬프다’라는 말이 같은 의미를 지녔음을 오늘에야 분명히 알았다.
갑자기 자신이 부끄럽고, 죽음이 두려워진다.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온 우주에 혼자 남아 이제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원초적 고독이 눈물을 그칠 수 없게 한다.
꽃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난다. 하얀 옷을 입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노을빛에 아른아른 물든다. 웃으며 다가와 옥기린을 아기처럼 품에 안는다. 하얀 손으로 눈물을 닦아 준다. 품속은 폭신하고 아늑하고 향기롭다. 그냥 안아 주었을 뿐인데, 상처가 아물고 공력도 보충된다. 여인이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긴장이 풀리며 스르르 잠이 온다.
평온한 잠에 빠진 옥기린을 내려놓고 여인이 일어선다. 문득 정신을 차린 옥기린이 멀어져 가는 여인을 향해 외친다. 이름을 알려 주시오. 맑은 메아리처럼 대답이 들려온다. 제 이름은 가인, 가인입니다. 하늘 가득 아름다운 얼굴이 피어났다가 차차 희미해진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모습은 가슴에 또렷이 각인된다.
주위에 정적이 흐른다. 옥기린의 귀환을 반기던 사람들은 잘못 들은 거나 아닌지 서로를 쳐다본다. 묵묵히 옥기린을 내려다보던 스승이 무겁게 입을 연다.
검치 : 가인을 만났었더냐?
옥기린 :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
검치 :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겠느냐?
옥기린 : 연모의 정이 골수까지 찼으니, 제 의지를 벗어났습니다.
검치 : 그녀를 본 이상 어찌할 수가 없구나.
옥기린이 일어서며 삿갓을 벗는다. 뻥 뚫린 왼쪽 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옥기린 : 패륜의 죄, 한쪽 눈알로 대신했습니다.
옥기린이 검으로 검치존자의 가슴을 겨눈다. 검치존자는 연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옥기린을 바라본다.
검치 : 강해졌구나. 검법 이름이 무어냐?
옥기린 : 무위검이라 지었습니다.
검치 : 좋은 이름이구나. 자, 오너라.
스승의 뒤로 스크린처럼 펼쳐진 하늘에 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스승은 그와 가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옥기린은 정신을 집중하여 기회를 노린다. 온화해 보이던 스승에게서 무형의 기운이 일어난다. 점점 커져 산이 된다. 옥기린은 답답함을 느낀다. 검의 빠르기로는 그 누구라도 벨 자신이 있다. 허나 아무리 빠른들 산을 어떻게 벤단 말인가.




















